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에 김기현 대표가 선출되면서 고배를 마신 3명의 경쟁자가 '동조' '반박' 사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결선투표에 기대를 걸며 김 대표를 겨냥해 토론에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도 했던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지만, 이제는 각자 현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전직 당 대표의 지위로 돌아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두고도 각기 다른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12일 안 의원은 우선 김 대표의 '원팀' 메시지에 보조를 맞췄다. 전당대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던 안 의원은 이튿날에도 "치열했던 경쟁을 뒤로 하고 이젠 원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선 직후부터 "하나로 뭉쳐 내년 총선 압승을 이뤄내자"고 한 김 대표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일 선거 캠프 해단식에선 김 대표와 만남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번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김 대표는 물론 대통령실과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냈던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선거 막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행정관들의 선거 개입 논란과 관련해 날 선 비판을 가하고, 강승규 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하면서 양측의 불편한 관계는 정점을 이뤘다.
전대 전날에도 이 문제를 두고, 심지어 또 다른 경쟁자인 황 후보와 뜻을 모아 "전대가 끝나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했던 만큼, 안 후보로서도 부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끝난 지 며칠밖에 안 된 상황이다. 오는 13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전당대회 기간 힘써준 지역 선대위 관계자와 지지자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지만, 고발 건을 비롯해 다른 향후 계획과 관련해선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측은 김기현 대표를 선출한 선거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주장에 주목하고 나섰다.
황 전 대표는 전대 결과가 나오고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한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굳듯이, 모두가 하나로 뭉쳐야겠다"고 밝혔지만 유튜브 채널인 '황교안TV'에 전당대회 투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의 동영상이 게시되면서 황 대표 측의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이 붙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황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황교안TV'는 황 전 대표의 지시와 관련 없는 일부 지지자들의 채널"이라면서도 "캠프에선 관련 문제를 검토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전대가 끝나니 황 전 대표가 또다시 예전 '레퍼토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당내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상대적으로 대립각이 두드러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천하람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의 행보도 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김 대표가 중도 확장성이 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한다면 '천하람 지지층'도 금방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실이나 친윤계 최고위원들의 발언에 대해선 여전히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이다.
천 위원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여권 내 '제거' 등 발언에 대해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이 이 정도 관여한 것도 매우 부적절한데 전당대회 이후에 여당 내에 다양한 목소리를 말살하는 데까지 대통령실이 힘을 쓴다고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라며 "김재원, 조수진, 장예찬 최고위원이 지금 내부 총질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1년가량 남은 만큼 지역구 활동에 집중하되,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개혁보수'와 뜻을 같이해가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는 권력에 기생해 한 시절 감투를 얻으면 그만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를 선택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국민께서 개혁보수의 여정에 함께 해주실 거라 믿는다. 계속 지치지 말고 함께 가기를 청한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 측 관계자는 "천·아·용·인(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 위원장과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은 대안세력이다. 당을 떠날 일은 절대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받은 지지율을 고려하되, 순천이든 노원이든 지역구에서 중도층, 2030세대 등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