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인기가 공연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개막을 두 달 앞두고 일찌감치 전석 매진되며 공연을 3회 추가했다. 오는 17일부터 29일까지 총 12회 공연한다. 공연은 단순히 여성국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리 재능을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과 여성 소리꾼들의 성장과 연대에 초점을 맞춘다. 2030 여성이 주축이 된 웹툰 독자가 공감한 지점 역시 욕망에 솔직하고 꿈을 향해 거침 없이 나아가는 여성 소리꾼들의 서사였다.
창극의 한 갈래인 여성국극은 소리·춤·연기가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지금은 사라져 보기 힘든 장르가 됐지만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 장르로 각광받았다. 남성 중심의 국악계 문화에 반발한 여성 소리꾼들이 1948년 여성국악동호회를 결성하면서 태동한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여성 배우가 모든 배역을 연기했다. 여성 관객은 무대 위 남역 배우들의 진취적인 삶을 보면서 해방감을 느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성국극 공연의 일부를 극중극 형식으로 보여준다. 특히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장면 '자명고'는 동시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했다. 낙랑공주가 사랑을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북을 찢는 원작과 달리 공연에서는 낙랑이 끝까지 자명고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는 결말로 바꿨다. 남인우(극본·연출), 김민정(극본), 이자람(작창·작곡·음악감독) 등 여성 제작진과 윤정년 역의 이소연, 조유아 등 국립창극단 소속 여성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다시, 봄은 지난해 10월 초연 이후 5개월 만에 금의환향한다. 이번 시즌에도 4050 관객의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공연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 작품의 연령별 예매 비율은 4050 관객(58.5%)이 2030 관객(29.9%)을 압도한다. 2030 관객이 주를 이루는 여타 작품과 비교된다.
평균 나이 54세, 연기경력 도합 425년.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던 베테랑 중견 여성 배우 14명이 오랜만에 무대를 장악한다. 서울시뮤지컬단 최고참 여배우 7명이 초연에 이어 다시 출연하며 문희경, 장이주, 구혜령, 유보영, 김현진 등은 새로 합류한다. 이기쁨(연출), 김솔지(극본·작사), 연리목(작곡), 김길려(음악감독) 등 창작진 대다수가 여성이다.
2년 만에 돌아온 '레드북'은 지극히 보수적인 시대를 살던 영국 여성 안나가 온갖 고난을 뚫고 작가로 인정받는 이야기를 통해 욕망하고 성취하는 여성의 힘을 보여준다.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안나와 사랑을 일구면서 서로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깨닫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2018년 초연 당시 '창작뮤지컬에서 기념비적인 여성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평을 받으며 2021년 재공연했고 이듬해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4개 부문(작품상·연출상·여우주연상·음악상)에서 수상했다. 이번 시즌 안나 역은 옥주현, 박진주, 민경아가 캐스팅됐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호프'(2019년 초연·2020년 재연)는 현대문학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두고 벌어지는 재판을 중심으로 평생 원고만 지키며 살아온 78세 에바 호프가 자기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러냈다. 왜 그가 원고에 집착하게 됐는지 보여주는 70년 인생 여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2019년 초연 당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8개 부문을 휩쓸었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번 시즌 에바 호프 역은 이혜경, 김지현, 김선영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