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동기야, 혼자 남겨둬서 미안해"…순직 故 성공일 소방교 영결식 거행

순직 소방공무원 故 성공일 씨 영결식에서 입사 동기인 이정환 소방사가 대표로 조사하고 있다. 김대한 기자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방의 명예를 더욱 빛낸 너는 어디에 있니. 사랑하는 내 동기 공일아 뜨겁지 않은 그곳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기 바란다"

 
9일 오전 10시 김제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순직 소방교 故 성공일(29) 씨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제복을 입은 소방 동료 100여 명은 모두 눈시울을 붉히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유족은 "공일이를 살려내라"며 오열했으며, 성 소방교의 어머니는 헌화를 하던 중 힘 없이 주저앉았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서도 성 소방교의 아버지 성용묵 씨는 어머니를 수차례 토닥였다.
 
고인의 입사 동기인 이정환 소방사가 대표로 조사했다.
 
이 소방사는 여행을 좋아했던 동료로 성 소방교를 기억하며 "소방학교 교육 중에 함께 갔던 전남 영광에서 핀 꽃을 다시 한번 보자고 약속한 1년이 다가온다"며 "이제는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부터 난다"고 울먹였다.
 
이어 "보고싶다 공일아 함께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오늘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화재 현장에서 보여줬던 너의 소방 정신을 영원히 새길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9일 오전 10시 김제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순직 소방교 故 성공일(29) 씨의 영결식에서 유족이 헌화하고 있다. 김대한 기자
이 외 김관영 전북도지사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해 "고인의 소방 정신을 잊지 않겠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성 소방교는 지난 6일 오후 8시 30분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임용 1년 차의 새내기 소방관인 성 소방교는 현장에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온몸을 내던졌고 결국 새카만 연기 속에 갇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 이하 이정환 소방사의 조사
보고싶은 나의 동기 공일아!
 
매섭게 추웠던 겨울이 이제 막 지나고
따뜻한 봄바람이 우리 곁에 다가오는 이렇게 좋은 봄날에 네가 곁에 없다니 실감이 나지 않고, 믿고 싶지 않구나
 
지난해 1월 광주소방학교 신임교육과정에서 우리는 동기로 처음 만났지. 그때 총명하고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하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어떤 교육이든 최선을 다해 받으며 한 사람의 소방관으로 임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던 나의 동기 공일아!
우리 곁을 홀현히 떠나버린 네가 너무나 야속하고 주체할 수 없어 눈물만 나는구나.
 
여행을 좋아했던 공일아!
소방학교 교육 중에 갔던 영광 불갑사에 핀 꽃을 다시 한번 보자고 약속한 일년이 곧 다가오는데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매사 최선을 다해 살아가던 공일아
최근에 넌 더 나은 소방관이 되기 위해 소방훈련도 승진공부도 열심히 하며 지냈지
 
그런 너는 어디 있니… 어디로 간거니…
 
앞으로도 해야만 하는 많은 일들을 남겨놓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소방의 명예를 더욱 빛낼 이 중요한 시기에 너는 어디로 떠났니…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게 소방관의 책무라지만 스물아홉이라는 젊은나이에 이렇게 홀연히 떠날 줄 몰랐어
 
공일아! 불러도 대답없는 내동기 공일아!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생전 너의 업적을 기리고 있는데 너는 아무런 대답도 표정도 없이 싸늘하게 누워만 있구나.
말없이 떠나간 너를 미워도 해보고 떨치고도 싶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져
 
동료로서 함께하지 못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외롭게 혼자 남겨둬서 미안하다.
 
왜 이러한 모습으로 만나야 했는지
왜 우리는 비통한 심정으로 너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는 건지
너무 한스럽고 가슴이 메어 온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너의 모습을 가슴에 묻고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
 
보고싶다 공일아.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오늘 너를 보내러 온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할게
화재현장에서 보여줬던 너의 고귀한 소방정신을 남아있는 우리들이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이어가도록 할게
 
나의 동기 공일아!
이제 너를 내 옆에 있던 친구이자 동료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관으로 가슴에 묻으려 한다.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이제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는 지금 있는 그곳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길 바란다.
 
아버님, 어머님 공일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나의 소중한 동기 공일아 그동안 고생많았고 편히 쉬어 사랑한다.
 
2023년 3월 9일  김제소방서 소방사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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