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제3자 변제안'을 두고 일본의 책임을 지워버리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높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도 과거사를 '부정'하는 움직임이 잇따르며 우려와 비판을 더하고 있다.
7일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세종시 세종호수공원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소녀상의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해당 단체는 "겉으로는 '평화'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진영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한·일 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는 '거짓과 증오의 상징물'일 뿐"이라며 "소녀상이 하나씩 세워질 때마다 한·일 관계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세종 외에도 전국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것으로 파악됐다. 이 단체의 김병헌 대표는 지난해 6월 독일 베를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도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들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부정하는 주장도 이어갔다. 단체는 "전쟁범죄는 국제분쟁이나 무력충돌 지역에서 적대국의 여성을 납치, 강간, 살해하는 등의 행위이지만 당시 조선은 일본의 점령지가 아닌데다 조선 여인은 일본 국민이었다"며 "위안소는 합법적 매춘 공간, 위안부는 직업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서는 4명 이상이 문 앞에 서 "우리는 광복회입니다. 나와서 말씀 좀 해주세요. 왜 일장기를 거셨는지"라며 일장기 게양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자, 문 안에서 "간첩이에요? 누가 남의 집에 와서 그러느냐"에 이어 "일장기 보면 눈이 뒤집히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항의가 이어지자 문 안에서는 "유관순은 실존인물인가요? 유관순은 실존인물이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발언과 행위들은 사실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 3·1절 일장기 게양의 경우,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는 북한 인공기를 제외하면 다른 나라 국기 게양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과거사를 부정하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 역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신고가 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의 상황들은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로 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사회에 남기고 있다. 유럽 국가들에서 역사 부정, 특히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부정하는 행위 등은 처벌 대상이 된다.
잊지 않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철거상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에 앞서 이날 오전 '소녀상을 보호해 달라'는 집회가 같은 자리에서 열렸다. 소녀상 철거 요구에 맞서 모인 세종시민사회단체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가 새삼 선명하게 가슴에 박히는 참으로 아프고 통탄스러운 시국"이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은 일제 강점기 시대 기록 어디에도 위안부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것이지만 그들이 말하는 '기록'은 일제 식민지배 36년간 한반도 전역의 군사, 행정을 완전히 장악한 일본제국주의가 남긴 기록"이라고 꼬집으며 "일제의 어떤 사죄도, 배상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전국 각지에서, 세계 각처에서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전쟁 시기 성노예라는 참혹한 역사를 잊지 말자고 자발적 성금으로 세워진 평화비의 형체가 바로 '평화의 소녀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