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울산시 고시에 나온 도시개발 조합 주소인 산전리를 가봤지만 이곳에는 빈터만 있었다. 김씨가 조합 사무실을 공사 현장으로 옮겼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고 양등리로 이동했다. 산전리 주민 A씨는 "1년전쯤 옮긴 거 같다"면서 "큰 크레인이 보일 것이고, 가다 보면 크게 조합 사무실이라고 쓰여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도시개발 조합 사무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몇몇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현장을 벗어나려고 할 때 우연히 만난 주민 B씨는 조합 사무실의 위치를 알려줬다. 그가 가리킨 곳은 대지가 꽤 커보이는 일반 신축 단독 주택이었다. "조합이라고 아무런 표시가 없지 않으냐"고 물으니 건물 뒤편을 둘러보며 "며칠 전에도 (조합 플래카드를) 봤는데 떼어버렸나 보다"라고 의아해했다.
B씨는 "무슨 일이 있나. 오늘은 출근도 안 하고…"라며 조합 사무실에는 조합장 부부와 직원 2~3명이 항상 출근했다고 전했다. 건물 앞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몇 대씩 세워져 있곤 했다고도 덧붙였다.
조합 사무실로 쓰는 주택 맞은편에도 비슷하게 생긴 주택 2채가 더 있었다. 아파트 현장과 수십 미터 떨어진 이곳은 도로만 깔린 상태로, 유일한 건축물은 이들 세 채의 단독주택뿐이었다.
취재진이 주변을 탐문해보니, 이 주택들은 "김씨의 두 아들 소유"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집들 역시 사람 사는 흔적이 없는 새 집이었다.
두 아들은 어떻게 이곳에 집을 갖게 된 것일까. 부동산 등기부등본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김씨는 (주)성실이라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사업을 처음 지자체에 제안하기 몇 달 전인 2015년 상반기에 토지를 집중 매입한 뒤 김씨 성을 가진 두 사람에게 세 필지를 넘겼다. 매도한 시기는 2017년 6월, 2018년 4월, 2021년 9월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은 김정곤씨가 부동산을 매도하면서 본인의 땅을 공동담보로 제공한 사실을 근거로 두 사람이 자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싸게 매긴 점도 세 사람이 특수관계인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양이 의원실은 "자식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에게 넘긴 가격은 평당 30만~40만원인데 다른 인근 땅은 이보다 3배정도 비싼 110만~150만원에 팔렸다"면서 "김씨가 특수관계인에게 저가 양도를 통해 탈세를 한 의혹이 있다"고 짚었다.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자녀에게 파는 것은 대표적인 증여세 탈루 방법이다.
김씨가 회사 주소지를 둔 남구 옥동 집도 방문해봤지만, 우편물만 쌓인 채 인기척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 언론의 관심에 부담을 느낀 김씨는 장로로 있는 교회에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취재진의 전화와 문자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내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의혹 진상조사 TF'는 "김씨가 도시개발 사업을 제안한 지 10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승인이 이뤄졌다"면서 당시 울산시장인 김 후보가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 김기현 지인, 울산서 도시개발 사업…金 시장때 승인]
김씨는 2015년 9월 울주군에 처음 사업을 제안했다가 철회하고 이듬해 3월말 다시 제안서를 제출했다. 울주군 심의 후 울산시의 승인은 2017년 2월에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