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힘든데 취업난까지…맞춤형 정책 좋지만 일단 채용 늘리게 해야

[청년취업 어떻게②]
고물가·고금리에 이미 어려운 청년 삶…취업난 작년보다 심각
양질의 일자리 원하지만 대기업 채용문 더욱 좁아져
상실감에 전국 고립·은둔 청년 60만 명 넘어설 것으로 추산
노동부 '맞춤형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취준생 능력 높이고 기업에도 정보 제공한다지만
당장 일자리 못 구하는 하는 청년취업난에 전문가 "산업·고용 측면에서 인센티브 높여 일자리부터 늘려야"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①청년취업난 이대로 괜찮나…부익부 빈익빈 내몰린 청년들
②이미 힘든데 취업난까지…맞춤형 정책 좋지만 일단 채용 늘리게 해야
(끝)

5.9%.
 
지난해 12월 5.2%까지 떨어졌던 청년 실업률은 새해 들어 6% 턱밑까지 다시 높아졌다. 청년 실업자 수도 24만 7천 명으로 같은 기간 3만 2천 명이 늘어났다.

팍팍해지는 청년들의 삶…고물가·고금리에 취업난까지


청년 실업률과 실업자 수 모두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만의 최대치다. 이미 높아진 금리와 물가로 인해 삶이 팍팍해지고 있는 청년들의 삶을 부족한 일자리가 더욱 옥죄고 있는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2021년 기준 평균 부채는 8455만 원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1년 동안 기준금리를 2.25%p 높인 점을 고려하면 청년 가구주들의 부채 상환 부담은 크게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가구주가 아닌 청년들은 전세가 줄어들면서 높아진 월세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학가임에도 월세가 7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늘어났다.
 
고물가로 편하게 밥 한 끼 사먹기도 쉽지 않은데, 가스비 인상 등으로 인해 관리비 부담 또한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얻는 일마저 녹록지 않게 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원룸에서 거주 중인 취준생 A씨(28)는 "지금 거주 중인 집에서 5년 전부터 살기 시작했는데 집주인도 좋은 분이고 집도 마음에 들어 두 차례 계약을 갱신했다"며 "최초 재계약 때는 기존과 같은 금액으로 했는데, 작년 계약 때는 워낙 물가가 오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예전보다 10만 원 이상 올려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질 일자리도 그냥 일자리도 줄어들기만…고립·은둔 청년 전국 60만 명 우려

 
면접차례를 기다리는 구직자들. 연합뉴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인 8만 명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나마도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60대 이상과 달리 청년층은 인구감소와 경기둔화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도 문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을 비롯한 100여개 기업이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 참여했지만 경기둔화로 인한 고용한파는 계속해서 불고 있다.
 
IT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누렸던 호황이 사그라들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카카오는 영업이익 감소 등을 이유로 최근 진행 중이던 개발자 경력 채용을 중단했고, 네이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인쿠르트가 지난달 대기업 75곳, 중견기업 147곳, 중소기업 52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졸 신입 채용에 나서겠다는 기업은 79.3%로 지난해보다 높아졌지만, 채용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두 자릿수나 한 자릿수 채용은 늘어난 반면 대기업만이 가능한 세 자릿수 이상인 대규모 채용 계획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월급은 563만 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266만 원에 그쳤다. 단순히 임금 뿐 아니라 복리후생 등 근무여건에서도 차이가 적지 않다보니 좋은 직장을 원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취업준비 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원하는 일자리가 어떤 기업인지와 무관하게 졸업 후 첫 직장에 입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이미 11개월을 넘어섰다.
 
취업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음의 문을 닫는 청년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의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19~39세 청년 중 4.5%가 고립·은둔 청년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인구에 대입하면 최대 12만 9천 명,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61만 명의 청년이 고립·은둔 상태인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정부 '취준생 경쟁력강화' 방점도 중요하지만…"인센티브 확대로 일단 기업이 채용 늘리게 해야" 지적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듣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좀처럼 채용공고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둔화 우려가 짙던 경기가 이제는 침체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곡물 등 주요 수입물품의 가격은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고,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발발 1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종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법인세율 조정 등으로 기업들의 경기 진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마냥 신규채용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기적인 관점으로 R&D(연구개발)를 중심으로 한 개발인력이라도 늘리려는 마음이 적지 않지만 대·내외 여건이 여의치 않다보니 숨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벌어져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일자리의 질을 좁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준생들이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에 나섰다. 대학교 1, 2학년 때부터 개인이 원하는 직업의 시장 상황, 임금, 필요자격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해 보다 준비된 취준생이 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취지다.
 
최근 고용시장의 또 하나의 트렌드인 경력직 채용 증가에 대해서는 취준생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의 특정 프로젝트 수행이나 훈련, 멘토링 등에 대해 일경험을 하도록 하고,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경력을 가진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들도 다양하게 준비 중이다.
 
고용노동부 박희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MZ세대가 정말 즐겁게 자기가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며 "기업들의 일하는 문화 등도 알려주면서 취준생들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는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정책은 중기적 성향이 짙어 당장 취업시장에 나와있는 취준생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4학년들에게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기업이 확실히 고용의 문을 열 수 있도록 상당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우선 채용 자체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선임연구원은 "산업의 측면에서는 투자나 금리인하, 법인세 등 세제 개편 등을 건드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 쪽에서는 만질 카드가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고용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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