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KTX역세권 땅을 매입한 교회 지인 김모씨의 도시개발 사업을 울산시장 시절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차리고 지방자치단체에 사업 제안을 하기 직전 많은 땅을 사들였다.
부동산을 매개로 김 후보와 김씨가 수십년 간 유착 관계를 계속 유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시개발 회사 차린 뒤 金 울산시장때 일사천리
2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2013년 3월 자본금 5천만원으로 S주식회사를 차렸다. 김씨는 유일한 사내이사로 있다가 지난해 6월 대표이사가 됐다. 이때 부인인 허모씨는 사내이사로 등록했다.
회사의 주소지는 허씨 명의로 된 남구 옥동의 주택이다. 이 회사는 부동산 개발 및 분양판매업, 부동산 컨설팅, 부동산개발 컨설팅 및 관련용역업, 토지구획정리 사업, 온천개발 및 레저업 등을 목적으로 한다고 내세웠다.
이 외에 S사는 도시개발사업도 사업목적으로 포함시켰는데, 김씨는 회사를 차린 지 3년이 지난 2015년 울산 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조합장이 된다. 김 후보가 울산시장에 당선된 지 1년도 안 된 때다.
조합장을 맡은 김씨는 다른 조합원 50여명과 함께 2015년 9월 거리와 양등리 일대 15만 6천여㎡(4만 7천평)를 "산업단지 종사자들을 위한 직주근접형 배우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울주군에 사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달 만에 제안을 철회했다가 이듬해 3월말 다시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후 울주군의 심의를 거쳐 두 달만에 사업 제안 수용을 결정했고, 울산시도 2017년 2월 김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장 명의로 도시개발 구역지정 및 계발계획 수립 고시를 냈다. 사업 제안이 들어간 지 사실상 1년도 안돼서다.
김씨를 잘 아는 지인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씨는 원래 건설업을 하다가 지금은 시행을 하고 있다"면서 "상북지구 사업도 김씨가 시행을 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 몇개월 전에 집중 매입…사전 정보 알았나
해당 도시개발 지역 토지 가운데 김씨는 회사이름으로 현재 4필지를 소유하고 있다. 토지 명부를 보면 다른 주인들은 이름만 쓰여 있는데, 김씨만 이름 앞에 회사명이 함께 적혀있다.더 의심스러운 대목은 도시개발 사업을 제안하기 몇개월 전에 토지 매입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김씨가 회사이름으로 확보한 땅은 모두 6필지에 면적은 6280㎡(1903평)이었는데 매입시기는 2015년 2월~6월말이다. 김씨는 이 가운데 두 필지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했다.
이 때문에 김씨가 도시개발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땅을 대거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상북지구에는 총 1071가구가 들어서며, 일부 블록은 지난해 7월 대형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해 분양이 이뤄졌다.
땅 거래도 한 건 아닌 두 건…김후보, 매입한 땅에 상가 올려
땅 거래로 시작된 김 후보와 김씨의 인연은 도시개발 사업으로까지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토착비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권 경쟁자인 황교안 후보 측은 "김기현 후보와 김씨가 단순한 교회 지인 관계가 맞는지 강한 의구심이 생긴다"며 두 사람간 관계에 대해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김 후보는 1998년 울산시 고문 변호사 시절 김씨로부터 언양읍 구수리에 위치한 11만 5438㎡(3만 4920평)의 땅을 매입했다. 이 땅은 인근에 KTX역이 들어서면서 수십~수백배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게 됐다.
황 후보 측은 2016년 인근 땅의 실거래가(평당 44만1000원)를 바탕으로 1998년 공시가격(평당 1085원)과 비교하면 406배, 김 후보 측이 매입가로 제시한 가격(평당 5900원)과 비교하면 75배가 뛰었다고 주장했다.
이 땅은 김씨가 토지 소유주로부터 같은 해 1월 31일 매입해 소유권 이전을 한 지 하루 만인 2월 21일 김 후보에게 매도했다.
김 후보는 이에 앞서 1994년에도 김씨로부터 울산 남구 삼산동 일대 대지 346㎡(104평)를 매입해 6층짜리 상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 부지는 김씨가 2년 전에 매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