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두 달 만에 빗물이 새며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던 경북 울진 죽변면사무소와 관련해 울진군이 담당 공무원과 업체를 제재하기로 했다.
하지만 울진군 행정의 책임자인 군수와 고위 공무원 등은 모두 빠져나가고 힘없는 실무자에게만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해 8월 49억5천만 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죽변면사무소를 준공하고 업무에 들어갔다.
기존의 노후 건물로 인한 주민 불편 해소와 공무원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2019년 9월 첫 삽을 뜬지 3년 만이다.
하지만 지역민과 공무원들의 기대감은 단 두 달 만에 절망과 실소로 바뀌었다. 지난해 10월 4일 울진지역에 비가 내리자 빗물이 사무실 내 곳곳에 흘러내리며 업무가 마비된 것이다.
당시 일부 공무원들은 급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민원인이나 동료가 우산을 씌워 주자 그 아래서 빗물을 피하며 일을 처리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이후 자체 감사에 나선 울진군은 공사업체가 지붕에 방수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누수가 발생했고 시공에도 문제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붕과 천장에 사용해야할 할 합판과 비닐시트를 방수재가 아닌 일반합판과 아스팔트로 시공해 비가 오면 빗물을 막지 못하고 누수를 일으킨 것이다. 또 면사무소 인근 인도 포장도 건축물보다 높게 설계해 빗물이 건물 내로 흘러들도록 잘못 시공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에 울진군은 공사 감독 업무부서 팀장과 담당자를 징계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또 시공업체와 감리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사후약방문이자 사태가 더욱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건물 설계부터 자재 선정까지 모든 부문에서 문제가 확인됐지만 미리 조치하지 못한 채 부실시공을 사실상 방치하다 문제가 생기자 부랴부랴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징계 대상도 6급 이하인 담당부서 팀장과 담담자여서 사실상의 책임자인 국장과 과장급은 모두 빠져나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죽변면사무소 준공 시점은 지난해 8월로 손병복 군수 취임 이후이고, 손 군수는 9월 말 열린 신청사 개청식에도 직접 참석해 축하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울진군 관계자는 "앞으로는 이 같은 부실 공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무원과 업체 모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