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북산고 못지않은 진해중앙고 6인방의 '카운트'

영화 '카운트'(감독 권혁재)

영화 '카운트' 스틸컷.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인생이라는 링 위에 올라가 싸워야 하는 건 결국 나 혼자이지만, 링 위에 오르기까지 힘을 주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 이길 수 있다. 설사 진다 해도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의 힘이다. '카운트'는 이러한 인생이라는 링 위의 싸움과 사람의 힘이 주는 따뜻함을 전하는 영화다.
 
19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지만 1998년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인 시헌(진선규)에게 선수 생활 은퇴 후 남은 건 고집뿐, 모두를 킹받게('왕'과 '열 받는다'가 합쳐진 신조어로, '매우 열 받는다'는 뜻) 하는 마이웨이 행보로 주변 사람들의 속을 썩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를 알게 된 시헌은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아내 일선(오나라)의 열렬한 반대와 교장(고창석)의 끈질긴 만류도 무시한 채, 시헌은 독기만 남은 유망주 윤우와 영문도 모른 채 레이더망에 걸린 환주(장동주), 복안(김민호)을 데리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영화 '카운트'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카운트'는 실존 인물인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박시헌 선수의 일화를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금메달이 걸린 경기였던 88 서울 올림픽 복싱 라이트미들급 결승전, 경기는 박시헌 선수의 상대인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가 우세했고 모두가 미국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뒤집고 박시헌 선수의 판정승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1997년 IOC는 한국 측으로부터 어떤 심판 매수도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올림픽 당시 편파 판정 논란이 일면서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했다. 이듬해 고교 시절 은사의 도움으로 모교인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 교사로 부임한 박시헌 선수는 복싱팀을 창단했다.
 
2001년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부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코치를 시작으로 2011년 대한민국 국가대표 코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감독을 거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 총감독을 역임했다.
 
'카운트'는 이러한 박시헌 선수의 실화에 주인공 이름 또한 실존 인물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실화'가 가진 힘을 배가시킨다. 여기에 적당한 유머와 창조된 캐릭터들을 이용해 다양한 재미를 끌어내고자 한다.
 
이러한 실화 바탕의 창작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은 박시헌 선수 역의 배우 진선규다. 진선규는 필모그래피 사상 첫 주연을 맡아 극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웃음과 감동을 책임지고 있다.
 
영화 '카운트'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는 윤우를 비롯한 고교 6인방의 희망과 성장기를 그리지만, 사실 그 가운데 있는 건 시헌의 트라우마 극복과 성장이다. 88 올림픽 이후 자신의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판정승이란 오명 아닌 오명이 시헌을 물고 늘어진다. 기자는 물론 사람들은 여전히 시헌이 부정하게 금메달을 얻어 호의호식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딜 가든 '판정승'의 트라우마가 시헌을 시헌답게 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윤우에게 시헌은 부정이 개입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를 통해 윤우의 재기를 돕고자 한다. 이 과정은 사실 시헌에게도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이자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재시작점이 되어 준다. 부정으로 인해 재능을 꽃피울 수 없게 된 윤우를 도우며 그동안 애써 외면해 온 과거를 직면하고, 트라우마를 차근차근 극복해나가며 스승과 제자는 비로소 '자신'을 되찾는다.
 
착하고 착한 영화인 만큼 내용도, 유머도 선(善)을 따라가려고 한다. 물론 빌런들이 등장하지만, 빌런들보다 캐릭터들에게 장벽이 되는 건 오히려 '자기 자신'이다.
 
링 위에 올라가면 결국 혼자라는 말처럼, 인생이라는 링 위에서 서는 순간 펼쳐진 모든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최종 책임자는 결국 자기 자신뿐이다. 시헌이 윤우에게, 윤우가 시헌에게 도움을 주고 힘을 줄 수는 있어도 모든 선택지를 고르고 나아갈지 말지를 정하는 건 결국 '나'다. 그렇게 시헌과 윤우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성장을 이룬다.
 
영화 '카운트' 스틸컷. CJ ENM 제공
희망과 절망 사이 스텝을 밟고 있는 캐릭터들만큼이나 영화 역시 적당한 스텝과 리듬감을 지니고 있다. 시대적 배경처럼 우리가 잘 알았든 혹은 몰랐든 그 시대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1998년 경상남도 진해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건 '카운트'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 이러한 스포츠물이나 감동 드라마에서 늘 봐왔던 공식적인 이야기, 즉 어려움을 겪거나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들이 모여 서로를 보듬고 꺼졌던 희망의 불빛을 키워가며 결국 극복하고 성장하는 스토리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헌 역의 배우 진선규는 믿고 보는 연기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잘 끌어 나간다. 윤우 역 성유빈과 환주 역 장동주 등 복싱부가 펼치는 리얼한 스텝과 복싱 연기 역시 빛을 발한다.
 
착한 사람들의 트라우마 극복과 성장, 희망을 보고자 한다면 그리고 1998년을 그려내는 감독의 따뜻한 색채를 만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109분 상영, 2월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카운트' 티저 포스터.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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