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와 지방의회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 당선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나 금품제공 등 부정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공무원들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조차 않거나 상당히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 선거를 돕다 시장 당선 직후 공무원으로 임용된 데다 시장과 시의장이 같은 국민의힘 소속의 임용권자라는 점 등에서 징계를 최대한 미루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설사 유죄가 나오더라도 최소한의 징계로 '제식구 감싸기'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 2부(부장검사 배철성)가 지난해 11월 30일 거제시장 선거와 관련해 금품 제공 등 부정선거운동(공직선거법 위반)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피고인 5명 중 2명은 현재 신분이 공무원이다. 박종우 거제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A(30대)씨는 거제시 비서실장으로, B(30대)씨는 기자 생활을 하다 거제시의회 직원으로 취업했다. A씨는 거제시장이 임용한 별정직 공무원, B씨는 거제시의장이 뽑은 임기제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시장 당선이 비교적 유력했던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조폭과 호형호제 한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B씨는 선거 과정에서 박 시장을 SNS에 홍보하는 작업 대가로 자신의 언니에게 3차례에 걸쳐 45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문제는 거제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 임용권자들이 A씨와 B씨가 기소된 지 3개월째인데도 징계 처분이 상당히 더디거나 징계에 착수 조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공무원법상 임용권자는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등 징계 사유가 발생하면 인사위원회 등을 열어 파면과 정직, 감봉 등의 징계 처분을 해야 한다. 현재 시장은 인사위원회에 A씨에게 징계를 요구했지만 재판 등을 이유로 인사위에서 보류 중이고, 시의장은 수개월째 재판 진행 중을 이유로 징계 절차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이 시장 선거를 깊숙이 도왔던 데다 임용권자들 전부 같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징계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설사 유죄를 받더라도 감봉 등 경징계로 무마하면서 '제식구 감싸기'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제에서 활동하는 한 정당인은 "시정과 의정 책임자는 제식구 감싸기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운운하며 재판결과에 따라 징계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본인 스스로가 사직하고 반성하며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한 거제시민은 "저의 세금으로 나가는 급여 아닌가"라며 "공적 기관의 거제시가 언제부터 개인 회사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임용권자는 A씨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고 재판 결과를 일단 보자는 인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징계를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부원 거제시의장(국힘)은 "B씨에 대해 일단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 이후에 윤리특위 구성 등 징계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A씨와 B씨 모두 현재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다음달 13일 3차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