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핀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무임승차로 발생한 손실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 문제를 본격 제기했고,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이제는 기재부가 나서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제라도 기재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며 기재부를 집중 타격했다. 지난 3일에는 페이스북에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연령과 소득계층, 이용시간대 별로 감면범위를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썼다. 기재부의 손실 지원을 연일 압박한데 이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며 한발 더 나간 것.
그러더니 휴일인 5일 아예 서울시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이날 서울시는 언론을 통해 무임승차 손실 부담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이 나오자, 이를 공식 반박하는 참고자료를 공개했다.
서울시는 "기재부 주장에 대한 서울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하철 노인 무임수송은 84년 대통령 지시에 의해 도입됐고, 이후 전국 모든 지하철에 적용되는 등 거주지 상관없이 전국 모든 국민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국가사무"라고 주장했다.
'지방 공기업이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지방의 사무로 관련 결정 주체가 지자체이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주체도 지자체'라는 기재부의 입장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요금 할인폭을 축소하는 것도 지자체가 결정하면 된다'는 기재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무임승차는 강행규정으로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구체적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무임승차 적용여부나 할인율 등을 결정하면 법령위반 소지가 높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수도권의 경우 11개 기관이 통합환승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지자체별로 다른 요금체계를 갖추게 되면 전국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기재부를 압박했다.
서울시는 또 원인자 부담원칙에 따라 비용부담을 발생시킨 정부가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게 맞고, 국회도 국가 책임을 인정해서 지난해 국토위가 국비 3585억원 지원을 의결했다며 기재부 반대로 최종 미반영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자체인 서울시가 중앙정부 재정을 맡은 기재부를 대놓고 공격하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것은 8년만의 요금인상을 앞두고 반발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8년 동안 요금 조정이 없었다"며 버스와 지하철 요금 300-400원 인상은 "고육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금인상 폭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대폭 요금인상이라는 독배를 조금이라도 덜어야 하는 선출직 시장의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곳간 열쇠를 쥔 기재부는 '지방자치 사무'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40년째를 맞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그리고 10년 넘게 이어온 손실부담 책임 논란은 이번에 해결의 전기를 맞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