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일 공개한 새 예능 '소녀 리버스'(RE:VERSE)는 첫 방송부터 만만찮았다. 사전 투표를 통해 1위부터 30위까지의 순위를 정하더니, 2회에서 1:1 데스매치 예선을 펼쳤다. 첫 라운드에서 최종 탈락한 4명의 소녀V는 도화(AOA 찬미), 유주얼(밴디트 이연), 차차다섯공주(위클리 재희), 라스칼(트라이비 송선)이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9일 오후, 최초 탈락자 중 각각 '도화'와 '유주얼'로 활약했던 AOA 찬미(이하 '찬미')와 밴디트 이연(이하 '이연')의 온라인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시도'라는 점, 오로지 무대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는 이들의 '소녀 리버스 경험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소녀 리버스' 참여 계기는.
찬미 : 일단 저는 새로운 걸 하는 거에 의미를 두는 편이다. 데뷔한 지 시간이 흐르다 보니까 새로운 포맷이나 신선한 자극에 무뎌진 거 같다. 버추얼 데뷔라는 게 자극이 될 거 같았고 서른 명의 소녀가 서로 모르고 한다는 것, (무언가를) 내려놓고 포기한다기보다는 더해진다는 느낌으로 했던 거 같다. 그동안의 시간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동안의 시간에 ('소녀 리버스'로서) 또 다른 시간이 추가된다는 마음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했다.
이연 : 신기하다, 재밌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미팅 자체도 되게… 작가님과 커피숍에서 수다 떨다 온 줄 알았다. 진짜 좀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해보자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진심이 되어버려서 하면 할수록 마음이 진해졌던 거 같다. 마지막 끝날 때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찬미 : 가장 좋은 건 새로운 거라는 거다. 무대로서 나를 보여준다는 것이 굉장히 큰 매력이었고 그래서 탈락하거나 떨어지거나 이겨야 한다, 보다는 이 프로그램에 함께하면서 도전하고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설렘이 커서 출연을 결심했다.
이연 : 사실 소심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얼굴과 모든 정체를 가리고 임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텐 용기가 되더라. 그게 출연을 결심할 수 있게 해준 거 같다. 단순하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사실 제 그릇으로는 상상도 못 하는 프로그램인데, 얼굴을 가리고 정체를 가리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제 매력을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출연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 각자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는 어떻게 만들었나.
찬미 : 저는 저를 많이 반영시킨 거 같다. 만화책과 애니를 진짜 좋아한다. 진짜 쉬는 날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날, '코난'이나 '하이큐' 틀어놓고 밥 먹고 하루 종일 추리한다. 그런 저의 모습을 생각보다 팬들이 잘 모른다. 열심히 살고 삶을 알차게 보내는 찬미만 알고 있어서, 애니 좋아한다는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도화는) 제가 사랑하는 모습을 다 담은 캐릭터다.
이연 : 저 어렸을 때 '달빛 천사' 보면서 가수 되고 싶었다. 갑자기 그게 딱 생각나서 작가님이랑 상의할 때도 '저는 무조건 풀문처럼' 하면서 이미지를 잡아놓고, 한 단계 한 단계 제 서사를 만들었던 거 같다. 목소리도 그렇고 성격도 여리여리하지 않다 보니까 (가상 세계 W에서) 어느샌가 타락 천사가 됐더라. (웃음)
찬미 :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저는 제가 이렇게 빨리 탈락할지 몰랐기 때문에 (웃음) 오랜 기간 촬영할 때 끝까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캐릭터를 구축해야 한다, 나와 너무 동떨어진 캐릭터는 안 된다, 이거였다. 이 캐릭터만의 특별함은 음… 어떤 선배님 인터뷰에서 봤는데 '체로 걸렀을 때 아무것도 걸러지지 않는 맑은 물 같은 아이'를 만들고 싶었다. 걸러낼 것이 없는, 어디에나 섞일 수 있는 순수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저의 캐릭터 특별함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연 : 신경 쓴 부분은 솔직히 그냥 무조건 예쁘게, 예쁘게, 무조건 예쁘게! 이거였다. 그리고 고유성은… 고유성은, 제가 아까 잠깐 말씀드렸는데 달빛 천사가 연상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제가 처음 꿈을 가지게 된 계기를 좀 녹여보고 싶었다, 그 캐릭터에. 그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다 보니까 예쁜 주얼이가 탄생했다.
▶ 소녀V로 있을 때 평소와 다른 성격으로 연기했나.
찬미 : 제가 가진 면을 좀 더 입체적으로 꺼낸 거 같다. 후배분들의 활동 많이 보고 응원하는 선배님이 있어서 저도 따뜻하고 감사했는데, (제가) 그런 응원을 보내고 싶어도 너무 몰라서, 아는 친구들이 없어서 못 했다. 부끄러워서 못 꺼내고 남사스러워서 못 표현했던 걸 보여줬던 것 같다. 연기했다기보다 조금 더 저 자신에게 솔직했던 거 같다. 저를 반영했다는 게 맞을 거 같다.
이연 : 전 좀 연기에 가까웠다. (웃음) 솔직히 아무리 밝은 사람도 어두운 면이 있고, 밝은 사람일수록 그 어두운 면을 꺼내는 게 좀 어렵지 않나. 저는 밝고 정말 무지하고 어느 면에는 온순하고 되게 단순한 그런 사람이다. 화도 잘 없고. 근데 (유주얼은) 무뚝뚝하고 시크하고 화 많이 나 있다 보니까 처음에는 연기하긴 했는데, 저의 모습을 분출하는 속 시원한 공간이 됐다. 제가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험악한 말들도 많이 하면서 '아, 좋네' 하는 생각도 하고. 제 내면에 있는 욕망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을 꺼내줬다. 아예 연기는 아니고 좀 저의 다른 모습을 찾게 된 거 같다.
찬미 : 아무래도 저는 친구들과 함께했던 무대가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다. 그 시간이 왠지 모르게 기억이 남는다. 에피소드는, 저는 처음 입장한 소녀니까 서른 명의 소녀를 맞이했던 게 진짜 감사한 일이고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연 : 기억에 남는 무대는 처음 PR 영상용 무대다. 공간, 분위기 등도 작가님들과 굉장히 많이 상의하고 소통한 끝에 함께 만들어간 거다. 저는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어서 애착이 많이 갔다. 에피소드 (꼽기는) 쉽지 않은데, 모든 게 다 사실 되게 독특하다. 저에겐 다 기억에 남는데 마지막 도화랑 헤어질 때. 저는 그 처음 만났던 공간에서 도화가 '우리 모두 잘했어'라고 진짜 많이 위로해줬다. 다 진심이었다고 그렇게 말해줬는데 진짜 그게 그 안에서도 너무 느껴졌다. 진짜 평온하고 생각 없이 있으려고 하다가 그렇게 마지막에 다 인사하고 '다 잘했어' (할 때) 저도 살짝 울컥했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 우리 팀이 없어졌다고 했을 때, 위로받았던 그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