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30일부터 풀린다…대중교통 등은 계속 써야

실내마스크 조정범위와 일정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책을 구매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오는 30일부터 실내마스크가 '의무'에서 '권고'로 바뀐다. 정부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으로 딱 3년이 되는 20일에 이같은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7차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당국이 제시한 조정지표 4가지 중 3가지가 달성됐다는 이유에서다.
 
막판 변수로 꼽혔던 '중국발(發) 해외유입 리스크'는 이달 초 검역 강화에 따라, 충분히 감당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버스·지하철·KTX·택시 등 대중교통과 병원·약국, 요양병원을 포함한 감염취약시설에서는 당분간 마스크 착용의무가 그대로 유지된다.

"조정요건 달성…대다수 국민 방어력 있고 해외위험 크지 않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30일부터 실내마스크 착용의무가 1단계 조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작년 말 실내마스크 지침 완화를 위한 참고지표 4개 중 2개 이상이 충족되면 착용의무를 단계적으로 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역당국이 제시했던 평가항목은 △주간 환자 발생 2주 이상 연속 감소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전주 대비 감소·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동원가능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동절기 추가접종률 고령자 50% 이상·감염취약시설 60% 이상 등이다.
 
전주 대비 27.5%가 줄어든 신규 확진자는 3주째 감소 중이다.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도 17.2% 감소했다. 주간 치명률은 0.07%로 0.10% 미만을 유지하고 있고, 한 달 내 동원 가능한 병상 가용여력도 68.5%로 목표치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
 
유일하게 참고치에 미달한 부분은 '고위험군 면역 획득' 중 고령층의 동절기 추가접종률이다. 정부는 60세 이상의 절반 이상이 2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봤지만, 이날 기준 이들의 접종률은 34.5%(1276만 3509명 중 440만 4836명 접종)에 그쳤다. 접종률 60%가 목표였던 감염취약시설은 62.1%의 입원·입소자, 종사자(72만 2651명 중 44만 8486명 접종)가 2가 백신을 맞아 기준치를 넘겼다.
 
연합뉴스

지영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실내마스크 착용의무 조정지표 4개 중 3개가 참고치를 달성함에 따라, 국내 7차유행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별 유행 변이가 상이하지만, 단기간 내 환자 급증을 가져올 수 있는 신규 변이의 유행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및 자연감염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일정 수준의 방어력(항체양성률 98.6%)을 획득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방역 완화 이후 유행이 급속도로 확산된 중국의 상황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입국 즉시 검사를 받는 단기체류자의 양성률은 7.0%를 기록한 전날까지 7일 연속 10%를 밑돌고 있다. 이달 2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PCR(유전자 증폭) 전수검사를 실시해온 당국은 검역 강화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중국도 춘절을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유행추이를 모니터할 필요는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 당국의 정보 공개가 워낙 불투명한 데다 명절 기간 대규모 이동으로 인한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약국, 대중교통, 복지시설은 의무 유지"…'자발적 착용' 당부


이번 조정에서 제외되는 시설들도 있다. 감염취약시설과 의료기관·약국 및 대중교통 수단이다. 감염취약시설(3종)에는 요양병원·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이 들어간다.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버스, 철도, 도시철도, 여객선, 도선, 택시, 항공기 등이 해당된다.
 
이곳들에서는 현행대로 실내마스크 착용의무가 당분간 유지된다. 고위험군이 다수 이용하거나 밀집도가 높은 시설이란 점 등을 감안해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조정 예외시설에 대해서는 추후 유행상황 등을 살펴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은 현재 2급인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4급으로 조정되면 '완전 해제'가 가능할 거라고 내다봤다.
 
택시의 경우, 법적으로는 대중교통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지 본부장은 "택시는 다수가 한꺼번에 모이는 곳은 아니지만 환기가 잘 되지 않는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에 속한다고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함께 마스크 착용의무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공

방역당국은 마스크 착용이 강력히 권고되는 구체적인 상황도 제시했다.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거나 유증상자와 접촉하는 경우 △코로나19 고위험군이거나 고위험군과 접촉하는 경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경우(접촉일로부터 2주간 착용 권고) △환기가 어려운 3밀 환경에 처한 경우 △다수가 밀집한 상황에서 함성·합창·대화 등 비말(침방울) 생성행위가 많은 경우 등이다.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도 격리 중 대면진료 등의 이유로 타인과 접촉하게 될 경우 마스크를 당연히 꼭 써야 한다.
 
당국은 실내마스크가 '자율 착용'으로 전환됐다고 해서, 마스크의 방역 효과나 착용 필요성이 사라진 점이 아니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 필요성은 더 커졌다며, 고령층 등은 2가백신 접종과 함께 마스크 착용을 꼭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지 본부장은 "의무 조정이 시행되더라도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는 물론 많은 호흡기 전파 감염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점에는 변함이 없다"며 "겨울철 실내공간에서는 사실 (감염) 위험이 우려될 수 있다. 특히 '3밀 환경'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꼭 자발적으로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해제 영향 크지 않을 것…마스크 재의무화 가능성 높지 않아"


류영주 기자

현재로서 향후 마스크 지침을 재강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지 본부장은 "신규 변이가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저희가 변이 분석은 충분히 잘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변이가 오미크론 때처럼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국내에 확산해 의료대응 역량에 굉장히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마스크 착용의 재의무화를 다시 시행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다 종합해서 모니터링하며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설 연휴 이동·모임 증가를 고려해 그 다음 주로 마스크 해제시점을 잡았지만, 파급력은 크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지 본부장은 "(실내마스크) 의무화 해제 이후 당연히 약간의 증가세는 나타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국내 상황을 볼 때 아주 갑작스러운 증가세로 갈 것으로 예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방역의 최후 보루였던 마스크가 풀리면서, '확진자 7일 격리' 단축 또는 해제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지 본부장은 "한국도 이제 1단계 마스크 의무해제가 진행되면서 그런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지금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이후 국내의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경계'나 '주의'로 변경되면 전문가들과 같이 논의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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