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필지가 발목 잡았나…1100억대 소송 진 경남도·창원시 '네탓 공방'

경남도 감사위원회 "경남도·창원시·재단 모두 책임있다"
"창원시 공공이익보다 공무원 안위 우선, 재산상 손실 발생 전형적인 소극행정" 비판
창원시 "사업시행자는 경남도, 1필지 이전 지연 아냐" 반발
마산로봇랜드 1단계 활성화·2단계 정상화 추진

마산로봇랜드 테마파크

경상남도·창원시·로봇랜드재단이 민간사업자와의 '1100억 원 대 마산로봇랜드 해지시 지급금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졌다.

이에 경상남도 감사위원회는 12일 실시협약 해지 소송과 관련해 진행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도와 창원시, 로봇랜드재단이 감사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도 감사위가 로봇랜드 조성 부지 이전 지연 처리 등 창원시의 전형적인 소극 행정이 실시 협약의 결정적 사유였다고 비판하자, 창원시는 유감을 표명하며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경남도 등 행정은 이번 민간사업자와의 항소심에서 패하면서 1126억 원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도는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산로봇랜드 감사했더니…"경남도·창원시·재단 모두 소홀, 책임있다"


감사위는 우선 해지시 지급금 산정 기준의 적정성이 부족하고 민간사업비 검토를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민선 6기 도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5년 9월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실시협약을 보면, 해지시 지급금 산정기준이 되는 총 민간사업비를 준공 시점부터 운영 기간 1년까지 1천억 원으로 명시했다. 실제 투입 금액과 상관없이 해지시 지급금이 1천억 원으로 산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항소심 법원이 1천억 원(부가세 제외) 전액을 해지시 지급금으로 인정하는 빌미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협약을 근거로 민간사업자는 가장 유리한 시기인 '1단계 사업 준공부터 운영기간 1년까지 기간' 중에 펜션부지 공급 지연 사유로 실시협약을 해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는 해지시 지급금 산정기준이 확정된 상황에서 실시설계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지방건설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직접 수행해야 할 민간사업비 적정성 검토는 2017년 1월 재단에 위탁해 시행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전혀 없었다.

로봇랜드 사업 전반의 관리 감독 업무도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시행자인 경남도는 실시협약에 따라 공사 감리자 감독, 준공검사, 감리자 검사 수행 확인의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업무 위·수탁 절차 없이 2017년 6월 1단계 공사 착공부터 2019년 5월 준공까지 재단에서 수행하도록 미뤘다.

민간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2단계 사업 실시설계 도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업자 귀책의 실시협약 해지 사유인데도, 민선 7기 도정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감사위원회는 판단했다. 감사위원회는 이를 두고 "소송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위는 창원시가 실시협약에 따라 조성부지 출연 의무가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유로 출연의무 이행을 주저했다고 판단했다. 2011년 이미 보상 완료된 407필지를 2018년 1월 재단에서 제기한 소유권 이전 소송을 통해 소극적으로 이전했다.
 
창원시의 소극행정은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 해지의 결정적 사유가 됐던 펜션부지 1필지 이전 과정에서 다시 한번 나타난다. 문제의 펜션부지 1필지는 1961년부터 창원시가 소유한 행정재산이며, 용도폐지 후 재단이 무상취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9년 5월 창원시는 재단의 신속한 이전 요청에도 과도한 법리 검토 등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다시 입장을 바꿔 재단이 제기한 소송으로 한참 지난 뒤에야 2019년 12월 이전을 마무리했다.

문제의 펜션부지. 창원시청 제공

감사위는 이런 창원시의 지연 업무 처리는 공공의 이익보다 공무원 안위를 우선시한 부작위 등 소극적 업무자세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방자치단체에 재산상 손실을 발생하게 한 전형적인 소극행정 사례라고 꼽았다.
 
로봇재단에서는 민간사업자의 디폴트 가능성이 내포된 중요 문서를 수신하고도 경남도에 명확하게 문서보고를 하지 않았다. 감사위는 이를 두고 초동 대처의 실패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재단은 또, 펜션부지 이전과 관련해 창원시와 협의를 소극적으로 진행했고, 민간사업자에게 대체부지 제공 등 대안을 금융약정 기한의 이익 상실 직전인 2019년 9월 말에 시도하는 등 전반적인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 배종궐 감사위원장은 "로봇랜드 실시협약 해지의 원인과 책임은 경남도, 창원시, 재단 모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있고 공동의 책임"이라며 "세부적인 책임 소재는 판결문 분석을 통해 명확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선 6기와 민선 7기 도정의 과오로 발생한 큰 짐을 민선 8기 도정이 떠안게 된 점은 유감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위원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창원시, 경남도 감사 유감 "로봇재단의 법적 한계, 1필지 이전 지연 아냐"


창원시는 "사업시행자는 경남도"라며 도의 감사 결과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사업 지정권자이고, 경상남도가 사업 시행자라고 못을 박았다. 창원시는 공동사업자이며 재단은 경남도로부터 조성사업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는 "펜션 조성부지는 창원시 공유재산으로, 도가 사업시행자로서 사업을 직접 수행하였다면 창원시가 경상남도로 직접 출연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도가 아닌 그 업무를 위탁받은 로봇랜드재단으로 직접 출연하기에는 법적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상남도, 창원시, 재단은 2017년 수 차례 회의를 열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단은 소유권 이전소송을 통해 창원시로부터 조성부지를 이전해 갔다"며 "그 과정에서 재단이 문제의 펜션부지 1필지를 누락했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이전해 감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는 도의 감사 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관련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마산로봇랜드 조성사업 '판 엎는다'…2단계 정상궤도 올리기


결국 항소심 소송은 졌지만, 도는 로봇랜드 조성사업을 새롭게 추진해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1단계(테마파크·로봇연구센터·컨벤션센터)와 2단계(관광숙박시설)로 나뉜다. 1단계는 2019년 9월 로봇랜드 개장으로 정상 운영 중이다. 2단계는 민간사업자와의 해지시 지급금 소송으로 중단된 상태다.

먼저 1단계 사업, 로봇랜드를 활성화한다.

테마파크는 '로봇문화와 산업이 공존하는 로봇메카로 도약'이라는 비전으로 오는 2024년에 손익분기점 68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로봇랜드 입장객 수는 2019년 12만 명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50만 명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조기 손익분기점 돌파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83억 원을 투입해 킬러콘텐츠 보강사업을 추진한다. 경비·안내로봇, 라면 끓이는 로봇,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등 다양한 리얼(Real)로봇을 도입한다. 로봇랜드 설립 정체성에 맞게 로봇이 뛰노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 다른 테마파크에 없는 교육적 기능인 5개의 공공관을 활용해 에듀테인먼트(교육+놀이) 기능을 강화한다. 교육청과 협약을 통해 전국 단위 진로체험의 장으로 거듭난다.

로봇연구센터는 로봇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실질적 심사를 통한 입주기업 선정, 1년 단위 정기평가 등 입주기업 관리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마산로봇랜드 조감도. 경남도 제공

서비스로봇 공통플랫폼사업으로 구축 중인 장비 23종을 활용해 연구개발·기업지원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테크노파크 로봇센터, 입주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비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0%선인 컨벤션센터 가동률을 2025년까지 50%까지 끌어올리고자 유니크베뉴 행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호텔·콘도 등 관광숙박시설인 2단계 사업은 정상화시킨다. 새로운 사업자 선정 때 또다시 사업이 좌초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한 검토와 함께 사업자 선정, 사업 방법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추진할 예정이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로봇랜드 활성화 방안에 따라 모든 기능이 정상화되고 로봇랜드가 우리나라의 로봇 메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체성을 확립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도 계자는 "도민들이 로봇랜드 사업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로봇랜드가 경남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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