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도피'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태국서 불법체류 재판

내일 불법체류 관련 재판…이미 여권 무효화
혐의 부인 시 송환시기 늦어질 수도
檢, 김성태 도피 도운 혐의로 쌍방울 계열사 임직원 6명 구속영장

왼쪽부터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독자 제공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8개월 만에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불법체류로 현지 재판을 받는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오는 12일 태국 현지 법원에서 불법체류를 판단하는 재판에 출석한다. 전날 함께 체포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의 재판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이 불법체류를 부인할 경우, 정식으로 재판일정이 잡히면서 국내로 송환되는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재판은 첨예한 법리다툼을 하는 성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회장은 이미 여권이 무효화됐고,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인 불법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양 회장과 함께 전날 오후 7시 50분쯤(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현지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해 5월 말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지 8개월 만이다.

이번에 열리는 불법체류 재판은 이들이 태국 경찰에 검거되면서 열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 당시 김 전 회장은 흰 수염에 장발 상태였고, 양 회장은 햇볕에 다소 그을린 모습이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이 지난해 5월 24일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쌍방울 비리 관련 수사기밀을 입수하고 난 후 일주일 뒤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으로 도피했다. 양 회장은 김 전 회장보다 먼저 미국으로 출국해 도피하다가 최근 태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인 김씨도 캄보디아로 도주했다가 지난달 초 태국에서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태국과 라오스 등을 오가며 도피 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수백억원 상당의 주식을 임의 처분하지 못하게 동결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 여권 무효화 조치 등 신병 확보를 위해 압박해왔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범인도피)를 돕고, 비리 의혹과 관련된 PC 등을 파쇄한 혐의(증거인멸)로 쌍방울 계열사 임직원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 등은 쌍방울그룹 계열사 지분 매각과정 등으로 만든 자금을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7월 태국의 한 가라오케에서 김 전 회장의 생일파티를 열어줬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김 전 회장을 위해 김치 등 한국 음식을 직접 운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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