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추모의벽 무너뜨려라"…갑작스런 美여론 왜?

뉴욕타임스 캡처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벽 건립 과정의 잡음이 뒤늦게 일면서 추모의벽 재건립 요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6·25전쟁 연구자인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를 인용해 추모의 벽에 새겨진 한국전 전사자 3만 6634명의 이름 가운데 1015명의 이름이 잘못됐다고 폭로했다.
 
또한 500여명의 전사자가 명단에서 빠졌고, 엉뚱하게도 6·25전쟁과 무관하게 사망한 245명의 이름이 추모의벽에 올라갔다고 보도했다.
 
추모의벽은 전체 건립비용 2420만 달러(301억 원)의 98%에 해당하는 2360만 달러(294억 원)를 우리 정부가 부담한 기금으로 만든 조형물이다.
 
미국 연방 의회가 제정한 법에 근거한 이 기념물이 왜 엉터리로 조성됐을까?
 
바커 형제는 미국 국방부의 6·25 전사자 명단 자체에 오류가 많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한정된 크기의 종이에 구멍을 뚫어 정보를 저장하는 IBM의 '천공 카드 컴퓨터'로 전사자 명단을 관리하다보니 이름을 자의적으로 축약해 기록하거나, 잘못 뚫은 구멍을 수정하지 않고 지나가는 일이 많았다는 것이다.
 
바커 형제는 한국전 참전용사로서 무공훈장까지 받으면서도 생전에 전쟁 경험담을 일절 하지 않아온 아버지의 과거를 탐험하기 위해 한국전쟁 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국 정부보다 더 많은 한국전쟁 자료를 집대성해 유명해졌다. 
 
바커 형제는 추모의벽 기획 단계부터 명단의 오류 가능성을 국방부에 경고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관계 당국이 눈감고 지나가고자 했던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한국전쟁과 관련한 추가 조형물 건립에 반대했다고 한다.
 
베트남전참전용사 기념벽 건립 과정에서 겪은 갈등 때문이다.
 
한국전공원과 맞닿아 있는 베트남전공원에도 5만 8천여명의 전사자 및 실종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1982년 건립된 기념벽은 그러나 이후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기념 대상자들을 놓고 찬반 진영사이에 심각한 마찰을 뒤로하고 건립 28년 만에 380명의 이름을 다시 집어넣는 풍파를 겪었다.
 
뉴욕타임스는 전쟁처럼 복잡한 사건에서 죽은 사람들을 인정하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6년 한국전 추모의벽 관련 청문회에서도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누구 이름은 넣고 누구 이름은 빼는 것은 위로의 장소를 상처의 근원으로 만드는 일이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런데도 한국전 참전용사 단체들은 로비를 펼쳐 법을 제정해냈다.
 
그러자 공단은 베트남전 기념비 건립과정의 분열상을 막기 위해서 공청회 등과 같은 절차를 최소화기를 원했다.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인 때문인지 미국 국방부도 바커 형제의 명단 수정요구를 묵살했다.
 
바커 형제는 그 무렵 자신들이 구축한 한국전 사료사이트에 과거와 달리 하루 수천 건의 접속이 반복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국방비로부터 거액의 용역비를 받았을 민간인들이 바커 형제의 수정되지 않은 전사자 명단을 퍼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바커 형제는 추모시설에 전사자의 명단을 새기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추모의벽이 전사자들 사이에 경계선을 그을 뿐만 아니라, 전쟁 경험으로 영원히 상처를 입은 아버지와 같은 전쟁 생존자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렇게 된 이상 추모의벽을 뜯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추모의벽 건립 사업을 밀어붙인 참전용사 단체들은 뉴욕타임스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기사에는 "부끄럽다", 벽을 무너뜨리고 실수를 바로 잡으라"는 미국 독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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