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가 민간 개발업자들을 넘어 이들이 로비한 대상으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엔 언론인들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비리를 감시하고 파헤쳐야 할 언론이 모종의 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이 뉴스를 보고 듣고 계신 많은 분들의 불신이 크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인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중호 법조팀장 어서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들을 추려보면요. 한겨레 간부가 2019년 1억5천만원짜리 수표 4장, 총 6억원을 빌렸고 추가로 3억원을 더 받은 정황이 있고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간부도 각각 1억원, 9천만원 상당을 김만배씨에게 받은 정황이 보도됐습니다. 한겨레는 해당 간부를 직무배제하고 오늘은 편집국장도 사퇴했습니다. 일단 김만배씨가 준 이 돈이 어디서 나왔고, 어떻게 이번에 알려지게 된 것인 지부터 짚어보죠.
[기자]
뉴스로는 갑작스럽게 나온 느낌도 드는데요. 이런 부분에 대해 말이 돈 것은 한참 됐습니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발언은 대장동 수사의 핵심 '키'라고 불리는 정영학 녹취에도 몇 차례 언급이 됐습니다. 다만 녹취록일 뿐이고 확인이 된 것이냐를 두고는 설왕설래가 있는 내용이고요.
검찰 조사에서도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김만배씨에게 언론인에게 주라며 3억씩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앵커]
김만배씨가 요구해서 언론인들에게 3억원씩을 전달했다?
[기자]
기자들에게 줘야하니까 3억원씩을 달라 이렇게 요구 했다는 것이고요.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들 진술의 진위여부를 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밖에도 김씨 주변에는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법한 거액의 용처를 알 수 없는 돈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현금으로요. 검찰은 이런 현금다발의 용처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쯤 되면 김만배라는 기자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나 궁금해집니다. 김중호 팀장도 안면이 있으신가요?
[기자]
친숙한 관계는 아니지만 있습니다. 법조기자들이 자신의 출입처를 속된 말로 '서초동 바닥'이라고 부르는데 이 바닥에서 오래 근무하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자입니다. 공식적 기록은 없지만 아마도 언론사 법조팀장이라는 직책을 가장 오래한 인물 아니겠나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제가 처음으로 만난 시점이 지난 2007년 정도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말진(막내기자)이었고 김만배 기자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는데 머니투데이는 아직 정식으로 법조기자단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머니투데이는 경제지 중에서도 신생매체에 속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경제지들의 법조기자단 입성이 그리 녹록치 않았어요. 김만배 팀장은 신생에다 경제지였던 머니투데이 법조팀을 법조기자단의 일원으로 입성시킬 임무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해봅니다.
[앵커]
그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 외에는 김만배 기자는 어떤 기자였나요?
[기자]
저도 전해들은 이야기를 하자면, 인상적이었던 평가는 '기사를 안쓰는 기자'로 유명했다는 겁니다. 물론 제가 처음 봤던 시절에는 김씨가 머니투데이 법조팀의 법조기자단 가입을 최우선시 하던 때였기 때문에 기자 본연의 업무보다는 기자단 가입을 위한 제반 작업에 중점을 뒀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평도 많습니다. 인맥이 넓고 통이 크다. 인맥이 넓다 보니 취재력이나 정보도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도 상당했습니다. '기사를 안쓰는 기자'라는 것 자체가 비판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이겠죠.
[앵커]
본론으로 돌아와서, 김만배씨는 왜 다른 기자들에게 억대의 돈을 줬을까요? 단순 채무관계를 주장하는 기자들도 있다면서요?
[기자]
일단 한국일보 기자와 중앙일보 기자의 경우 각각 액수가 1억원, 9천만원이고 듣기로는 각자가 차용증서와 돈을 갚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만약 이 주장이 맞다면, 김만배씨가 스스로 반론을 펴지 않는 이상 대가성을 증명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한겨레 부국장이 받은 돈의 액수는, 현재 6억원에서 9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그냥 개인간의 사적 채무거래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액수가 커서 단순한 채무관계를 넘어서 대가성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앵커]
대가성이라고 한다면, 언론사 간부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고 이 돈을 줬다고 보시나요?
[기자]
언론사 간부라고 하더라도 각 매체마다 역할이 다양할겁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이트 키핑' 기능입니다. 한마디로 기사 발제와 출고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분을 민감하게 봅니다. 로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정 대상에 좋은 기사를 써준데 대한 대가성을 입증하기는 힘든데, 하지만 만약 데스크가 반드시 써야할 기사를 안쓰게 하는 것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면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앵커]
검찰의 경우에도 수사를 마구 펼치는 것보다 수사를 안하는 게 더 문제라고들 하잖아요. 비슷한 개념이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억대의 금품 외에도 기자들이 골프를 가며 적게는 100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용돈 받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만약 기업 관계자들이 줬대도 기자들이 이렇게 쉽게 받았을까요?
[기자]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일반론적으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린 김만배씨의 기자 시절 영향력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법조에 오래 있었고, 평 자체가 통이 크다는 둥, 돈 쓰는 것에 있어서도 큰 액수를 스스럼없이 썼던 경향이 있었는데 이걸 오래 접하다보니 사람들의 경계심이 낮아지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도 있었을 것 같고요. 정 앵커도 경험해보셨겠지만 같은 출입처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라는 게 굉장히 특수한 경우가 있죠.
[앵커]
같은 회사 동료보다 더 가까울 때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상하관계도 아니고 부담도 없고 하다 보니.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경계심을 낮추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부분을 생각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어요. 법적으로도 따져봐야 하는데 '뇌물죄'로는 걸리지 않는다면서요?
[기자]
네. 뇌물죄는 공무원들이 대가성을 가지고 돈을 수수했을 때 걸리는 것이고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은 100만원 이상을 수수했다는 것만 증명되면 무조건 사법처리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다만 배임수재 부분이 있는데요.
[앵커]
소속 언론사에 대한 배임수재인 것이죠?
[기자]
네. 민간 영역에서 대가성을 전제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면 배임수재를 적용해볼 수 있는데 문제는 아까 말씀드렸듯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방송사 PD들이 돈을 받고 연예인의 출연을 조정한 것 등이 사법적으로 처리된 경우가 꽤 있는데요. 프로듀스101 순위조작 사건에서도 담당 PD가 배임수재로 유죄를 선고받았었죠. 이같은 구체적인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 검찰, 수사기관이 가진 과제가 되겠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죠. 김중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