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역을 이유로 강제해온 해외여행규제가 풀리면서 국내로 입국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중국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방역을 위한 조치를 펴고 있다.
중국이 해외여행규제를 푼 첫날인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은 여행객들로 붐볐다. 도착지에는 중국에서 온 외국인들을 위한 코로나19 검사 가이드 방법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한켠에는 '중국 발 단기체류자 PCR검사 대기 장소'라는 안내문이 붙은 바리케이트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22일)을 앞두고 해외여행규제가 풀리면서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 여행객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중국 온라인 여행업체 트립닷컴에 따르면 오는 21~27일 춘절 연휴 동안 해외여행 예약 건수가 작년보다 6.4배 늘기도 했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인천공항에 만난 시민들의 우려도 컸다. 아프리카에서 6개월 동안 거주하다가 국내에 들어온 50대 A씨는 "우리나라만 생각한다면 문을 걸어잠궈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상대국 입장도 있고 국가 간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고, 지금 추세가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19와 함께 동행하는만큼 방역은 방역대로 강화하면서 입국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행버스를 운전하는 60대 김모씨도 걱정하는 심정을 내비쳤다. 김씨는 "일단은 중국에서 (규제를) 모두 풀었는데, 이제 (코로나19) 확산이 될까봐 이것이 제일 걱정된다"며 "저같은 여행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을 안받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코로나19 이전 가장 큰 고객이었던 중국인 여행객을 받지 못한 아쉬움도 함께 피력했다. 김씨는 "코로나19 전에는 중국인 여행객 덕분에 동대문 상가라든가 남대문 상가가 살았다. 호텔도 중국인 여행객이 끊기면서 어려움이 많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입국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방역을 더욱 철저히 해 우려를 불식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가족을 기다리던 50대 안모씨는 "아무래도 여기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격리하고서 들어오는 쪽으로 해야할 듯하다"며 "철저하게 검사를 하되 그렇다고 (입국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지난 2일부터 중국에 대해 입국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을 제외하고는 단기 여행자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비자 제한 조치는 우선 오는 31일까지이고, 향후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또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 하고 있어 실제 우려만큼 중국인 국내 여행객이 많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대한 단기비자발급이 제한되고 있어서 여행객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금 들어오는 중국인들은 장기 비자를 받았거나 (제한 조치 이전에) 비자를 발급 받은 경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 10개월 만에 중국 입국자 격리제도도 폐지됐지만, 아직 중국을 향하는 여행객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일본으로 3박 4일 여행을 떠난다는 20대 후반 최모씨는 "일본도 코로나19가 있다고 해서 고민이 들었는데, 중국은 그보다 심하다고 하니까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전날 하루 중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입국자 가운데 PCR 검사를 받은 단기체류 외국인은 291명 중 4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양성률은 14.8%를 기록했다.
이로써 입국 후 PCR 검사가 시행된 지난 2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은 357명으로 증가했다. 누적 양성률은 전날 23.2%에서 1.5%p 감소한 21.7%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