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육감 러닝메이트' 추진…"시대 흐름에 역행"

연합뉴스

교육부가 깜깜이 선거 등을 이유로 '시도교육감 직선제' 대신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함께 뽑는 러닝메이트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교육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하면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6년 말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 2007년 직선제 교육감 시대를 연 지 16년만이다. 교육감은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고, 2006년까지는 교육위원회 또는 선거인단 간선제로 선출됐다. 이후 간선제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2007년 직선제가 도입됐다.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위한 '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개정은 교육자유특구법 제정, 고등교육법·사립학교법 개정과 함께 교육부의 '4대 교육개혁 입법과제'에 포함됐다. 러닝메이트제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광역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것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면 지방시대, 지방균형발전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언급했다.

 

왜 러닝메이트 도입하려 하나?…'깜깜이 선거' 등 부작용

 
스마트이미지 제공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4번의 교육감 선거를 거치면서 현행 직선제는 과도한 조직·비용 부담으로 교육전문가인 교원의 출마를 사실상 차단하고, 오히려 정치 선거·비리 선거·진영 대결의 장으로 얼룩지는 민낯을 보여줬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선거 무효표가 총 90만3227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35만928표)의 2배가 넘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지방선거 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도 투표 당일에서야 교육감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비율이 18.1%로 광역단체장(5.0%), 기초단체장(6.4%), 지방의원(10.5%)보다 높았다.
 
과다한 선거 비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후보자 1명이 쓴 평균 선거비용은 10억8천만 원으로 시도지사 후보자 선거비용 8억9천만 원보다 많았다.
 
신철균 강원대 지역교육협력학과 대학원 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정당 조직과 달리, 조직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러닝메이트제, 시대 흐름에 역행"…"교육이 정치에 휘둘리고, 위헌 가능성"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보 부족이나 과다한 선거비용 지출 등을 이유로 러닝메이트제를 추진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모두 정당 공천이 금지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각 정당의 공천을 받은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유권자는 시도지사 선거만 하고, 당선된 시도지사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인물이 교육감이 되는 구조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수는 "대통령의 교육감 임명제와 간선제를 거쳐 직선제로 왔는데, 각자 출마해서 정책적 제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임명제"라며 "이런 흐름은 교육감 선거를 다시 옛날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닝메이트제가 시행될 경우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는 것은 물론 위헌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이 정치적으로 휘둘리면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고, 헌법 31조에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위헌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백승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실장은 "러닝메이트제는 역사의 흐름으로 봤을 때, 시대를 역행하는 시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자치의 심각한 후퇴"라고 비판했고 좋은교사운동은 "교육감직선제는 교육 자치 구현을 위해 더욱 보완 발전해야 할 제도지,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는 러닝메이트제로 대체돼야 할 제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자격으로 낸 신년사를 통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학생과 교육을 생각하기보다는 정당과 정치권에 줄서기를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법안에 반대…"학생·교사 등 이해당사자 의사표현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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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국민의힘 김선교·정우택 의원은 러닝메이트제 도입안을 담은 지방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해 현재 두 법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도지사 후보에 따라 교육정책이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러닝메이트제를 반대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깜깜이 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학생·교사 등 이해당사자들이 제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천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서 일반인들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이해당사자들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는데다, 학생과 교사는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데도 경직된 선거법 운용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선거연령 하향조정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철균 교수는 깜깜이 선거 방지 방안으로 시도교육감 선거 TV토론회 활성화를 제시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선거공영제 도입, 충분한 정책홍보 기회 마련 등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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