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나란히 연매출 최다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압도적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등 올해는 더 험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6일 발표한 2022년 잠정 실적을 보면 연간 매출은 전년(279조 6천억 원)보다 7.93% 증가한 301조 7700억 원이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이자, 대한민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300조 원을 돌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3조 3700억 원으로 전년(51조 6300억 원) 대비 16.0% 줄어들며 2년 만에 40조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전자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에는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0조 원, 4조 3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69.0% 급감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014년 4분기 4조 600억 원 이후 32분기,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근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가 5조원대까지 떨어졌는데 여기에도 미치지 못하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DS)를 비롯해 전 사업부에 걸쳐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된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되면 전사 실적이 전 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부문은 통상 절반 이상, 많게는 70%까지 차지한다.
증권가는 작년 4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이익을 최소 1조원대 중반, 최대 2조원대 중반으로 추정한다. 낸드플래시 사업은 4분기에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1분기나 2분기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전체가 분기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로 예상이 맞는다면 지난 2009년 1분기(6700억원 적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글로벌 고금리 상황 지속 및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작년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 심화로 가격이 분기 중 지속 하락해 가격 하락폭도 당초 전망 대비 확대되며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원·달러 환율 하락도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달러로 환산한 4분기 삼성전자 매출이 53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메모리 한파가 예상보다 거센 만큼 시설투자 축소와 감산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SK하이닉스나 미국 마이크론처럼 삼성전자도 결국 감산에 동참하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히 늘어난 재고로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 낙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감산 결정이 없다면 메모리 부문 역시 2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사상 최악의 반도체 업황은 올해 2분기 말, 3분기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직접적 감산을 발표하지 않은 한국 업체들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을 통한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LG전자의 성적표 역시 비슷했다. 사상 최대 연매출 신기록을 세우고도 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여파로 가전과 TV 등 주력 사업 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2022년 연간 매출은 83조 4695억 원을 기록했다. 종전 역대 최대치였던 전년 동기(73조 9080억 원)에 비해 12.9%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돌파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21조 1768억 원)에 비해 5.2% 증가한 21조 859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분기 기준으로 최대치다.
반면 작년 영업이익은 3조 5472억 원으로 2020년 대비 12.6%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7466억 원)에 비해 무려 91.2% 급감한 655억 원에 그쳤다.
LG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함에 따라 사업별 실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LG전자는 주력인 가전(H&A)과 미래 성장동력인 자동차 부품(VS) 부문에서는 흑자 기조를 이어갔지만 TV(HE)와 IT(BS) 부문에서는 전 분기에 비해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