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의 스타들이 영화제작사를 상대로 5억 달러(우리돈 약 6377억 원)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 배우 올리비아 핫세(71)와 레오나드 위팅(72)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과거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을 때 성추행·사기·성 착취·고의적인 정서적 고통 등을 당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고등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에서 핫세와 위팅은 "'로미오와 줄리엣' 촬영 당시 프랑코 체피렐리 감독이 영화에 누드 촬영은 없고 침실 장면에선 살색 속옷을 입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누드 장면이 영화에 담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로미오와 줄리엣' 개봉 당시에도 미성년자인 핫세의 상반신 누드가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은 1968년 비평가들의 찬사 속에 개봉됐고 체피렐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두 주연 배우는 각각 15세, 16세였다. 체피렐리 감독은 지난 2019년 96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두 배우의 매니저인 토니 마리노찌는 "핫세와 위팅이 감독으로부터 들은 것과 실제 촬영이 진행된 것은 서로 달랐다. 미성년자인 배우에겐 선택권이 없었고 그들은 감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미투(MeToo)도 없었던 시절이었다"라고 말했다.
두 배우의 법률대리인은 "이 영화로 핫세와 위팅은 갑자기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유명해졌고, 그들의 권리는 이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방식으로 침해당했다"며 "이들은 영화 개봉 이후 55년간 정신적‧정서적 고통을 겪었고 연기 경력도 제한됐다"고 말했다.
소송가액 5억달러는 1968년 이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이 벌어들은 액수와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마운트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미성년자 성범죄 공소시효를 일시적으로 유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소시효 유예 기간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캘리포니아주 법원에는 미국 보이스카우트와 가톨릭 교회 등지에서 성적 학대 피해를 호소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