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쏘아올린 중대선거구제, 이번에도 '정치적 구호' 그칠까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정치부 오수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앵커]
신년 정치권 화두로 중대선거구제가 떠올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언급했는데, 김진표 국회의장이 강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불이 붙었는데요. 중대선거구제, 어떤 제도고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건지, 정치부 오수정 기자와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중대선거구제 어떤 건지 간단하게 설명해야 할 거 같아요.

[기자]
현행 소선거구제도는 한 선거구에 1등을 한 딱 한명이 국회의원이 되는 제도잖아요. 반면에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 2~3명의 대표를 뽑는 제도입니다.

제도별로 장단점도 뚜렷한데요. 1등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선거관리가 쉽고 지역구가 크지 않으니까 유권자들의 민의 반영이 충실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사표가 많다는 점이죠.

[앵커]
사표가 많다, 예를 들어서 A후보가 51%, B후보가 49%로 A후보가 당선됐을 때, 단 2% 차이인데도 B후보를 찍은 절반 가까운 유권자의 표가 사표가 된다는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반면에 중대선거구제는 지역별로 당선자가 다수가 되다보니까 군소정당이나 신생정당도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져서 양당 독과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구 규모가 커지다보니 인구수가 적은 농어촌의 대표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거론됩니다.

[앵커]
중대선거구제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언급해서 새해 정치권 화두로 자리 잡았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배경이 뭔가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아요. 그대로 소개를 하면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런 언급이었는데요.

사실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말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대선 후보 때부터 주장해온 정치개혁 방안이었는데요. 당시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국민들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저 개인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제가 정치를 하기 전부터도 선호해왔습니다."

이처럼 유불리를 따져 계산한 것이라기보다는 평소 소신을 밝혔다는 겁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을 흔드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요. 또 한편으로는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로 분열이 감지되고 있는데, 일부가 떨어져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이들의 정계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선거구제 개편을 화두로 올린 것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앵커]
중대선거구제가 민주당을 흔들 수도 있다는 말이네요. 각 당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공식적인 반응은 먼저 당내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는 겁니다. 먼저 주호영 원내대표, 이재명 대표 말로 들어보시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의원총회 등을 통해서 당에서도 선거제도에 관한 의견들을 빠른 시간 안에 수렴할 계획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신인 진출이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의견들도 있는데 이런 장단점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당내 의견을 지금 모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말씀을…"

[기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언급인데 무시하기가 쉽지 않겠죠. 다만 내부적으로는 영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민주당도 일부 의원들이 실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한만큼 환영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에,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신중한 반응이 혼재돼서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앵커]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어느 정도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일인데 반발도 만만치 않고 양당 모두 속내가 복잡하겠죠. 각 당의 유불리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신 지역별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요. 양당의 지지기반인 영호남을 대상으로 보면 국민의힘에 조금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예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당선된 사례 기억하시죠.

[앵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출신으로 처음 대구에서 당선됐었죠.

[기자]
그런만큼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도가 균열을 일으키기 충분해서 중대선거구제로 2~3명을 뽑는다면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호남에서는 아직 민주당의 벽이 높거든요. 국민의힘의 불리한 이윱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봤을 때는 국민의힘이 유리할 수 있는데요. 지난 총선을 기준으로 수도권에서는 민주당이 103석이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16석을 이겼어요. 그런데 실제 득표율로만 천 표 차이로 아깝게 진 지역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으로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수도권을 흔들기 위해 들고 나왔다는 말이 나오는군요. 그래도 양당 모두 텃밭을 내어주는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인데. 중대선거구제, 실현가능성 얼마나 될까요?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의 의지는 강합니다. 구체적인 타임라인까지 제시했는데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음달 중순까지 초안을 만들고 총선 1년 전인 3월까지 확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정치적 구호'에 그칠 거라는 비관적인 시각이 나오는데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죠. 또 선거구 개편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구 획정, 비례대표 의원 정수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맞물려 돌아가서 남은 석 달 동안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오늘 인터뷰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를 하기 때문에 성공하기는 굉장히 힘들 거다" 이런 전망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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