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무섭게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일본의 초저금리 통화정책 변화와 중국 코로나19 방역 완화 움직임 등과 맞물려 연말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정점을 지나 안정되고는 있지만, 내년에도 달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3.4원 하락한 달러당 1271.4원에 마감했다. 약 6개월 전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올해 첫 거래일에 1191.8원(종가)으로 출발한 환율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 흐름을 비롯한 각종 대내외 변수의 영향을 받아 6월 1300원선, 9월 1400원선을 연달아 돌파했고 10월 25일엔 장중 1444.2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지난달부터는 다시 1300원대로 내려왔고, 이달엔 1200원 후반에서 1300초반 수준으로 오르내리며 안정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달 19일 종가는 1302.9원이었는데 6거래일 만에 31.5원이나 급락했다.
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행보가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한데다가 특히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장기간 고수해 온 초저금리 기조를 일부 변경한 게 최근 환율 급락세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지난 20일 BOJ는 10년물 국채금리의 변동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했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장에서는 이를 완화적 통화정책 종료로 인식했다"며 "예상치 못한 정책 조정 발표로 엔‧달러 환율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BOJ의 결정이 실질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받아들여져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고 원화 가치는 이에 연동됐으며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봉쇄 중심이었던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대폭 완화되고 있는 점도 원화 가치 상승에 영향을 줬다. 중국은 다음달 8일부터는 해외 입국자 시설 격리 조치도 없앨 예정이다.
최근 몇 달간 원‧달러 환율 추이와 대내외 상황을 종합했을 때 환율 정점은 지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연구원은 이날 통화에서 "환율 고점을 통과했다고 보는 이유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완료된 건 아니지만 정점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엔화 강세와 중국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위안화 강세에 원화 가치도 연동되는 형국"이라고 봤다.
내년 전망을 둘러싸곤 올 하반기 고점 대비 환율 수준이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1300원선을 상회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다소 완화되겠지만 현재 환율 수준에 따른 기저효과로 1360원 수준을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등 위험요인이 현실화 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2023년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달러 가치가 연준의 금리동결, 정책기조 전환 기대 등으로 약세 분위기를 이어가겠지만,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보다 더디게 하락하거나 경기침체 우려가 크게 확산할 경우 하반기에 강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