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주 핵무기 배치 문건은 '지라시'…또다른 논란

국민의힘 제주도당, 제주도 전술핵 배치 내용 문건은 최종 보고서 아냐
"언론 인용 문건은 사전 회의자료도 아니고 보고서 초안도 아닌 지라시"
국민의힘 주장 최종보고서, 제주관련 내용만 빼면 기존 문건과 같아
오영훈 제주지사·국회의원·시민단체, 제주 핵배치 보고서 폐기하라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27일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핵무기 배치 문건은 지라시라고 밝혔다. 이인 기자

국민의힘에서 제주 핵무기 배치가 논의됐다며 오영훈 지사와 제주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특히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언론이 인용해 보도한 문건은 속칭 '지라시'라고 밝혀 또다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27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에서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하면 제주도를 거점으로 미국의 핵무기를 전진배치할 수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100% 오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과 함께 참석한 허용진 도당위원장은 "한기호 북핵특위 위원장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결과 제주도 전술핵 배치 내용의 문건은 최종 보고서가 아니며 특위가 보고서로 채택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다만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면 전쟁 발발시 핵을 실은 수송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를 활용하자는 의견개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섬 제주, 세계의 보물섬 제주에서의 전술핵 배치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특히 "제주도와 언론 등이 인용한 문건은 국힘 북핵특위의 사전 회의자료도 아니고 보고서 초안도 아닌 지라시일 뿐이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허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열람해준 최종 보고서는 제주와 관련된 내용만 쏙 빠진 채 나머지 내용은 언론 등이 인용한 기존 문건과 같아 또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오영훈 제주지사는 도청 기자실에서 '여당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어제 국민의힘 북핵특위가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을 확인한 결과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될 충격적인 내용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27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에 미국 핵무기 배치를 논의한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제주도청 제공

오 지사는 "북핵 대응 전략으로 한반도에 미국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제주도가 최적이라는 점과 상황이 악화되면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가 필요하고 제주 제2공항 건설때 미 전략폭격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건설과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고 꼬집었다.

"말 그대로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전략적인 핵배치 요청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규정한 오 지사는 "제주와 도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받아들여서도 안된다는 것이 도지사로서의 단호한 입장"이라며 "제주도민과 제주를 사랑하는 분들을 대신해 보고서를 당장 폐기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또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며 "당정 차원에서 확실히 밝혀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제주출신 국회의원들도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나섰다.

위성곤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송재호.김한규 국회의원 등 제주출신 의원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 "제주에 전술핵무기 배치를 거론하며 제주를 핵전쟁의 본거지로 삼겠다는 국민의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 의원은 "제주에 핵무기 배치 운운한 행태는 제주도민 권리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철저하게 짓밟고 무시한 반민주‧반민족적 작태"라며 "평화와 인권의 상징인 섬 제주에 제멋대로 핵전쟁의 방아쇠를 놓겠다는 구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집권여당의 특위 보고서는 제주도를 한낱 군사적 전략기지로 대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다"고 규탄헀다.
 
정의당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민과 제주도민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집권여당은 부디 제주도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지금의 작태를 당장 멈추라"고 경고했다.

제주도내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실상 제주도 전체를 군사요새화하겠다는 말로 가뜩이나 미중 갈등 등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갈등에 불을 붙이겠다는 뜻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도 성명을 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제주를 군사기지, 핵기지화하려는 구상을 즉각 철회하고 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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