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가 가시화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활동에 신중을 가하던 이 전 대표는 최근 강연과 SNS 활동을 통해 전당대회 룰 개정 움직임을 비판하는 등 정치활동을 재개한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 시절 유입된 젊은 당원들의 표심을 주목하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아닐 것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전 대표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고, 이를 통해 그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이 전 대표는 지난 22일 고려대학교 강의에서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의 이른바 '김장연대'에 대해 "새우 두 마리가 모이면 새우 두 마리고, 절대 고래가 되지 않는다"라며 특유의 화법을 통해 비꼬았다.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룰이 개정된 것에 대해서도 "임박해서 당헌을 바꾸고 사안이 생긴 후 또 바꿔대는 것은 정당의 안정성을 상당히 해칠 수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 전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한 것은 지난 7월 윤리위 징계 이후 5개월 만이다. 그는 "자신 있으면 지금 진행된다는 조강특위부터 당원투표로 해보라"는 등 잠잠했던 SNS 활동도 늘려가고 있다.
당 안팎에서 그의 정치 활동 본격화를 두고 주목하는 것은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2030 표심이 전당대회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하느냐다. 이 전 대표가 선출됐던 지난해 6월 당시 28만명 가량이던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는 최근 80만명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 20~40대가 33%를 차지하고 지역별로 영남 비중이 줄고(51.3%→40%) 수도권 비중이 증가(32.3%→37%)한 점을 들어 이 전 대표 시절 유입된 젊은 수도권 표심이 향후 전당대회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수도권과 젊은 층의 당원수가 늘어났어도 여전히 국민의힘 당원의 절대 다수가 50대 이상의 영남권인 만큼 이들 표심의 영향력이 파괴적이진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모수가 100만 명으로 커진다고 해도 절대 다수는 영남권"이라며 "응집력 있고 충성도 높은 영남권 당원과 응집력이 떨어지고 젊은 층 위주인 수도권 당원을 비교하면 100% 영남권 지지를 받는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에서 20대 당원들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20대에 국한되지 않고 당원 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실제 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실제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정치적 위기' 상황인 이 전 대표 입장에서 차기 전당대회는 존재감을 다시 부각시킬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성비위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송치됐고, '양두구육' 등의 발언으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추가징계를 받아 총선을 석 달 앞둔 2024년 1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이미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 혹은 '친이준석계' 의원들의 최고위원 지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 본인도 당원들과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이나 책 출간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메시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다른 관계자는 "직접 전당대회에 나갈 수는 없지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당 내부에서도 이준석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