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피고인들로부터 불법 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3일 열린 첫 재판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부원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 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이미 지난달 22일 구속된 김 전 부원장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부원장은 현재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서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유동규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검찰 조사에서도 수차례 주장했지만 검찰은 별로 판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점을 재판에서 충분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공소 사실을 밝혔다.
검찰은 "김용 피고인은 유동규 피고인에게 '이재명 대선 예비 캠프의 조직 관리를 맡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고, 유동규가 남욱 피고인에게 이를 전달하면서 이재명 대선 경선 자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라며 "남욱은 유동규에게 '자금을 마련해줄테니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양 박달동 탄약고 이전 사업 등의 편의를 봐달라'라고 했고 유동규가 이를 수락한 것"이라고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
이어 "유동규도 남욱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고, 김용과 유동규, 정민용 피고인이 공모해서 남욱으로부터 2021년 8월 초까지 8억 4700만 원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은 "유동규와 남욱, 정민용 등 3명은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김용 전 부원장만 사실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라며 "검찰은 공소장 기재된 공소 사실 한 문장, 한 문장 증명이 가능하다. 뇌물 등 은밀히 이뤄지는 범죄에서 이 정도로 증거가 탄탄한 사건은 드물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재판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측은 "공소사실은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김 전 부원장을 포함해 다른 피고인 측 모두 검찰의 공소장에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공소장에 직접적인 범죄 사실 외에 추가적인 설명 등을 다수 넣은 것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라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 측은 "이 사건 공소장이 20쪽 정도 되는데 기본적인 범죄 사실은 1~2쪽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거의 전제 사실이라고 하는 명분으로 재판장에게 선입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너무 많은 검찰 주장이 적혀 있다"라며 "이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이에 대해서 검찰 측 의견을 요구하며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일부 증거에 대해서 열람·등사를 제한한 것을 두고도 이날 재판에서 설전이 오갔다.
김 전 원장 측은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검찰이 김 전 원장의 무고함을 알면서도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고 저희가 수사 기록, 목록에 대해 열람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라고 반발했고, 남 변호사 측도 "현재 열람·등사가 제한된 것이 너무 많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기본 요소인데,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소 사실, 증거 의견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 증거로 녹취록과 녹음파일이 제출됐는데, 다른 대장동 사건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공방이 있었고 증거능력이 있는지도 오래 시간 다퉜다"라며 "이번 재판에서도 그 증거 능력 관련해서 검찰이 의견을 정리해야 변호인들도 정리된 입장을 밝힐 수 있고 심리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의 주장에 검찰은 "총 553건의 증거 중 48건이 열람·등사 제한이 됐고 이는 8.6%정도"라며 "김용 피고인에 대해서 추가 수사 중이고, 관련 사건도 있어서 열람·등사를 제한했는데, 곧 검찰에서 처분이 이뤄지면 열람·등사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