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한 이후 집을 산 새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20년 7월 계약 갱신 요구권이 도입된 뒤 나온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새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을 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B씨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20년 10월 16일 집주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집은 이미 A씨에게 팔린 상태였고, 2주 뒤인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졌다. A씨는 같은해 11월 '실거주' 하겠다며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갱신 거절이 가능한 기간이었다. 결국 B씨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거를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2020년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세입자가 임대차 기간 '종료 6개월 전~2개월 전' 안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주택임차인 계약 갱신 요구권이 도입됐다. 이때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직접 거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계약 갱신을 요구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 거절할 권리를 인정해야 하느냐를 두고 그간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피고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당시 원고는 아파트 임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며 B씨의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임대인이 실거주 할 목적이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단서(제6조의3 제1항 제8호)에서 '임대인'을 갱신 요구 당시의 임대인으로만 제한해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종전 임대인과는 별도로 갱신 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설시한 것"이라며 "2020년 신설된 계약 갱신 요구권·거절권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이 정당한지는 그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적법한 기간(임대차 종료 전 6개월~2개월)에 이뤄졌는지에 따라 판 단해야 한다"며 "이는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