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업무방해 △재물손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등 혐의를 받은 MBC본부 집행부 5인(정영하·강지웅·김민식·장재훈·이용마)에게 벌금 50~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이용마 기자는 2019년 8월 21일 세상을 떠나 공소가 기각됐다.
대법원은 △파업의 목적이 정당한지, 그 과정에서 집단적 노무 제공 거부 행위가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출입문 봉쇄 행위가 정당한지 △부정한 목적으로 전산회계정보시스템에 보관돼 있던 타인의 비밀을 누설했다고 볼 수 있는지 3가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 파업 및 출입문 봉쇄로 인한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 등)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것에는 잘못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방송사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서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대법원에서 판단한 첫 사례"라고 이번 선고의 의의를 설명했다.
앞서 원심은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아닌 방송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 문화방송은 관계 법령 및 단체협약에 의하여 인정된 공정방송의 의무를 위반하고 그 구성원들의 방송 자유를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인 근로자의 구체적인 근로환경 또는 근로조건을 악화시켰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을 비롯한 문화방송의 근로자들은 그 시정을 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원심은 "이 사건 파업이 사건 파업 개시의 시기나 절차와 관련하여 관련 법규에 정한 요건에 다소 미비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이 상실된다고까지 볼 수는 없다"라며 "일부 소수의 근로자가 폭력행위 등의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쟁의행위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고려하면, 이 사건 파업은 수단 및 방법의 적정성이 인정된다"라고 부연했다.
MBC본부는 지난 2012년 1월 30일부터 7월 17일까지 170일 동안 '공정방송'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해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검찰은 정영하 전 본부장을 포함한 5인을 기소했으나, 이들은 1심과 항소심에서 핵심이었던 '업무방해' 혐의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재물손괴죄만 인정해 정 전 본부장에게 100만 원, 나머지 네 명에게 50만 원 벌금형을 내렸다.
MBC본부는 대법원 선고 이후인 16일 오후 성명을 내어 "대법원은 공정방송은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방송 종사자들의 근로관계 기초를 형성하는 원칙이기에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임을 확인시켰다. 이로써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질기고 독하게 당당하게 싸워왔던 지난날의 투쟁이 우리의 저항이 정당했음이 증명됐다"라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정권의 힘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 공영방송 MBC의 주인은 국민임을 밝히고, 공영방송 MBC가 다시는 퇴행의 역사를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시민의 상식이 아닌 오로지 권력의 힘으로 공영방송 MBC를 자신들 마음대로 장악하고 무너뜨리려는 시도에 대해 당당하게 맞설 것이며, 공정방송을 향한 구성원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올곧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