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역대 최대인 47조원 규모의 서울시 예산안을 16일 통과시켰다.
그러나 시의회가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삭감됐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예산을 부활시키고, 공적돌봄과 시민자치 예산, 시교육청 예산 등은 대폭 삭감함에 따라 민간위탁사업 유관기관과 시민노동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 예산안 47조 1905억원 통과…TBS 비상경영 불가피
서울시의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장이 제출한 '2023년도 서울시 예산안' 47조 1905억원을 의결했다. 올해 본예산 44조2910억원보다 2조9715억(6.7%)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상임위에서 일부 삭감됐던 서울항 예산 6억원과 서울형 헬스케어(270억원)이 부활하는 등 예결위가 제출한 원안이 모두 그대로 통과됐다.
TBS 출연금은 88억원(27.4%) 줄어든 232억원이 서울시 계획대로 반영됐다. TBS는 내년 출연금으로 412억원을 요청했지만 시는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지난달 22일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232억1700만원으로 결정한 대로 조정됐다.
내년 1월 프로그램 전면개편을 앞둔 TBS는 2021년 출연금이 375억원 규모였던 TBS는 올해 320억원, 내년 232억원으로 급감하면서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을 빚게되면서 비상경영 체제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부 진행자와 프리랜서 작가들이 주요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면서 내부 아나운서와 직원들로 채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TBS는 앞서 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외부 진행자들을 대거 교체해왔다.
시의회가 내년 초 추경 가능성을 남겨두면서 이강택 대표가 물러나고 '김어준의 뉴스공장'까지 사실상 폐지한 TBS는 내년 2월 신임 대표이사 선임 이후 이루어질 조직 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원순표' 돌봄·주민자치·반값등록금 위기…시민노동단체 반발
돌봄서비스 전담 기관인 서울사회서비스원은 서울시에 201억원의 출연금을 요청했지만 시가 제출한 168억원에서 100억원 감액한 68억원만 반영됐다.
박원순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던 주민자치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각종 마을공동체 사업은 전액 편성되지 않았다.
서울시립대 운영 지원 예산도 100억원 줄었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삭감 이유에 대해 "연구실적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혁신과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서울시 재정의존도를 낮춰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도록 처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을 두고 "박원순 전 시장 때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자 표본"이라며 비판해왔다. 시립대가 사실상 '반값 등록금'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지원 예산을 틀어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상임위가 전액 삭감한 노동 분야 민간위탁 예산들 중에 일부가 되살아났다.
상임위에서 12억원 전액 삭감된 전태일기념관은 절반가량인 6억7천만원이 반영됐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삭감분 31억원 중 25억원, 강북노동자복지관은 삭감액 3억5천만원 중 2억4천만원이 복원됐다.
예결위 심의가 있던 전날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정치하는엄마들, 빈곤사회연대 등의 항의 집회에 이어 이날에도 시의회 앞에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오23운동본부, 너머서울 등 시민노동단체들의 '예산삭감 서울시·시의회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돌봄예산 삭감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공적 돌봄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라며 "그곳에 일하는 수많은 돌봄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겠다는 반노동·반시민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시장 역점사업 순항…유람선 '서울항' 내년 첫발
오 시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약자와의 동행(4억4500만원·이하 증액분) △메타버스 서울(18억400만원) △취업사관학교(15억원) △노들섬 글로벌 예술섬 조성(7억5천만원) △반지하 지원(8억원) △세운상가 재생(6억원) 등은 시 제출안보다 오히려 늘었다.
그 외 △자치구 소상공인회 육성지원 170억원 △패션봉제업체 작업환경 개선 48억원 △쪽방거주자 생활안정지원 86억원 △우리동네 키움센터 운영 347억원이 확정됐다.
또, △뷰티도시서울 추진 49억원 △수변감성도시 조성 67억원 △책읽는 서울광장 27억원 △횡단보도 LED 바닥신호등 189억원 △제설취약구간 원격제설 설치 120억원 등이 내년 예산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오 시장이 추진해왔던 역점 사업들은 내년에도 차질 없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본회의 의결은 재석 93명 중 70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반대 15명, 기권은 8명이다.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최정 대표의원은 "이번에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인 서울시민의 기대를 채우고 희망을 더 하는 데 긴요히 쓰일 것"이라며 "향후 집행부의 예산집행 과정도 꼼꼼히 살펴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진술 대표의원은 "서울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던 마을공동체사업과 주민자치 관련 사업 예산, 기후변화와 그린에너지 확대를 위한 예산들도 대거 삭감되면서 2023년도 사업의 동력을 잃게 됐다"며 "해당 사업들이 빠진 자리는 오세훈 시장의 홍보·치적 사업 예산들로 채워졌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시의회 전체 112석 중 76석은 오 시장이 속한 국민의힘, 나머지 36석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시교육청 예산 5688억원 삭감…서울시·시교육청 조기 추경 가능성도
한편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원안보다 5688억원 줄어든 총 12조3227억원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예산(10조5886억원)보다 16.4% 증가한 규모지만 삭감 예산에는 학교운영기본경비(1829억원)와 전자칠판(1590억원), 디지털기반 학생맞춤형 교수학습지원(디벗) 923억원 등 시교육청 역점 사업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감액분은 내부유보금으로 편성됐다.
시의회 민주당은 예산 삭감에 반발하며 삭감분 대부분을 복원한 수정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쳤으나 재석 100명 중 찬성 30명, 반대 70명으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학교기본운영비 등 필수 예산 감액과 학교불법촬영 예방 예산, 석면제거 관련 예산 등 안전예산의 삭감으로 안전한 학습환경 구축이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소용없었다"며 "일선학교의 혼란과 교사·종사자들의 대량 실직도 불가피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불어민주당의 우려와 달리 내년도 서울시 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이라며 "학교운영비, 교육사업비, 시설사업비 모두 역대 어느 때보다 큰 규모인 것이 정확한 팩트"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조기 편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성배 시의회 예결특위 위원장이 "시립대가 자구책을 마련한다면 추경 예산을 통해서 지원 예산을 늘릴 수 있다"며 추경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예산이 대거 삭감되거나 미배정 된 유관기관의 기존 사업 방향성도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