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정과제 일일이 설명…尹, 국정홍보 직접 나선 156분

윤 대통령,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정과제 점검회의…156분 생중계
국민패널 100명 질문에 일일이 답변…3대 개혁과제에 "선택 아닌 필수"
"마약값 떨어지는 것은 국가가 단속 안 한다는 부끄러운 얘기" 고백도
尹, 도어스테핑 중단 한 달 만에 다시 카메라 앞으로
"자유와 연대 철학, 국정 전반 녹아 있다는 것 이해해 주셨으면"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정상황 점검회의에서 정부의 굵직한 주요 과제를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정홍보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156분 동안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모든 과정은 생중계로 진행됐다.

당초 회의는 100분이었지만, 국민패널들의 질문과 윤 대통령 그리고 관련 부처 장관들의 답변이 길어지면서 예상 시간보다 거의 1시간 가량 늘어난 것이다.

회의는 △단단한 경제, 든든한 민생 △활기찬 지방 △담대한 개혁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모두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성과와 청사진 등을 개괄적으로 발표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섹션별로 맡아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이번 회의의 백미(白眉)는 국민패널 100명과 윤 대통령 간의 질문과 답변이었다. 국민 패널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와 관련된 일반 국민들을 부처가 선별해 초청했다.

질문은 모든 분야를 망라했다. 장바구니 물가에서부터 보육, 자영업자·소상공인, 부동산, 고금리, 건강보험, 취약계층 지원, 스토킹과 성범죄, 마약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논리에 따라야 하지만 정부는 그 완급을 잘 조절해서 좀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문제가 정치논리나 이념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부를 맡기 전까지는 공급과 수요측면에 이런 불합리한 복합규제 때문에 집값이 너무 천정부지로 솟고, 거래물량이 위축됐다"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뒤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일시에 제거하다 보면 시장에 혼란이 일어나서 결국 국민들에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정상화의 속도를 조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주택자 감세와 관련해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경감해 시장에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임차인들이 저가에 임차를 할 수 있도록 그런 여건을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며 '부자 감세'란 비판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완화 기조에 대해 "주택은 많이 갖고 있다고 창고에 넣었다가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집이 아니면 임대를 놓게 된다"며 "다주택자 중과세를 하면 임대 물량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어 영세 임차인에게 소위 세금의 전가(轉嫁)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을 두고 경제 관계자들이 많이 지적했던 사안으로, 쉽게 말해 다주택자가 세금을 많이 물게 되면 그 증가분을 세입자에게 올려받게 되기 때문에 결국 세금은 전가, 즉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간다는 부분을 설명한 것이다.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상인들이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90세 노모를 모시고 산다는 60대 주부가 건강보혐 재정을 걱정하며 보험 혜택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 부분에 대해서는 "나와 가족 중에 정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그 돈을 걱정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 받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 취지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건강보혐 개편의 취지를 설명했다.

여성 피해자가 많은 스토킹이나 성범죄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체법 등 제도를 촘촘하게 설계하고 피해자 지원센터 지원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천천히 할 게 아니라 매우 신속하게 여성이 불안해 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약 범죄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마약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국가가 단속을 안 했다는 부끄러운 얘기"라고 고백하면서 관련 대책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상세히 설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금부터 전쟁하듯이 막으면 (마약 문제를) 막을 수 있다"며 "강력하게 유통과 제조를 단속하게 처벌하겠다. 그리고 치료와 재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직접 국민 패널에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정운영을 하면서 느끼는 한계와 어려움에 대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지자체 강화와 관련해 미국 주지사들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부분을 전하면서 "예를 들어, (미국) 연방정부는 건축법을 각 주에 주지 연방정부에서 만들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법을 만들 때 전국에 똑같이 적용되는 법을 만든다"고 말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 행정부 권한 밖의 사안도 많다는 취지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새 정부의 3대 개혁과제에 대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로드맵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관련해 "이것을 이뤄내지 못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한다"며 "디지털 혁명 시대에 노동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개혁과 관련해서는 "유아 돌봄부터 중등교육까지는 복지 차원에서 모두가 공정하게 국가 교육 서비스 혜택을 누려야 한다"며 "고등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교육 개혁의 두 가지 틀을 설명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과거 정부에서 연금 얘기를 꺼내면 표가 떨어진다, 여야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연금 얘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안 됐고 지난 정부 때는 아예 얘기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번 정부에서는 연금 개혁의 완성판이 나올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와 공론화를 충분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가 끝나갈 무렵 회의의 취지와 소통에 의미를 부였다. 전반적인 국정 철학을 충분히 국민들께 알린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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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자유라는 것에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 의식, 자유의 공통 분모가 되는 법치 등이 국정 철학을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서 좀 아실 수 있지 않겠나 싶다"며 "선택의 자유를 존중함으로써 그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균형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그 자유와 연대의 철학이 국정 전반에 녹아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짜여진 각본 없이 카메라 앞에 선 것은 거의 한 달 만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의 MBC 기자와 비서관과의 설전 이후 약식회견을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그래서 이번 회의는 결국 대통령실이 새롭게 모색하는 소통의 방식이라는 평가도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도어스테핑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소통은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 전반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질문을 듣고 대답함으로써 소통의 양을 늘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역점을 둔 노동 개혁 등의 의미를 국민들께 직접 소상히 설명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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