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여야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정부·여당은 오늘까지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기를 바란다"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법인세율 인하'를 고수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野 "윤 대통령, 삼권분립 경기장서 '레드카드'"
박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끝내 '윤심'(尹心)을 따르느라 민심을 저버린 채 국회 협상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를 저지하고 '국민 감세'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자체 수정안을 내일(15일) 제출하겠다"라고 밝혔다.그는 "불요불급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과 낭비성 예산은 줄이고, 경찰국 등 위법 시행령 예산도 반드시 삭감하겠다"라며 "감세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유리지갑 직장인들, 고금리에 월세 부담으로 신음하는 많은 국민께 더 두터운 혜택을 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예산안 여야 협상과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대놓고 무시하고 훼방하면서 초부자 감세의 핵심인 3천억 원 초과 기업의 법인세와, 100억 원 이상 주식의 양도소득세 지침까지 내렸다"라면서 "이 정도면 대한민국 통치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경기장에서 '레드카드'를 받을만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제부총리도 국무총리도 대통령도 양극화 심화나 민생위기 심각성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도 틀린 오직 '다른 나라도 하니까'라는 논리만 내세운다"라며 "정부와 여당이 사방이 꽉 막힌 벽처럼 경직되게 협상에 나오는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어제 회동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예산 심사 초기 단계에서 의장께서 제시한 중재안과 관련해 '시행을 최대한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되겠냐, (법인세 최고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시행을 유예하면 안 되겠냐'는 의견까지 줬다"라면서 "그것은 불가하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말했다.
與 "민주당, 궤변 거듭…이재명 뉴스 물타기"
이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수정안을 내서 일방통과시키는것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정부수립 이후 그런 일이 전혀 없었고, 정부 예산안이라는 게 국회 수정 과정을 예상하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정부가 하고자 하는 중요한 일들을 모두 삭감한 채 통과시킨다는 건 진짜로 갑질이고 힘 자랑이고 나라 재정과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에 반복해 드리는 말씀은, 새 정부 출범 첫해니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 달라. 국내외적으로 경제위기인데, 민주당이 숫자를 앞세워 고집 부려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서 민주당의 초부자 감세 주장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라며 "민주당은 그 사실을 가리기 위해 새해 예산안을 인질로 붙잡은 채 궤변에 궤변을 거듭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같은 당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민주당이 예산 처리를 늦춰 민생을 옥죄고 국정을 방해하면 이재명 범죄 혐의 뉴스도 물타기 할 수 있고, 결국 민주당에는 이익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