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백화점 실적 사기' 주의보…VIP 되려다 범법자 될라

'1천만 원 구매 영수증' 50만 원에 판매
백화점, VIP 라운지·발렛 파킹 '차별화 마케팅' 그늘
"판매자는 물론, 구매자도 '업무방해' 여지 있어"
'VIP 제외될까' 사기 당해도 망설이는 피해자도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백화점 제공

연말이 다가오면서 백화점 VIP 등급을 달성하기 위해 구매 실적을 사고파는 거래가 횡행하는 가운데 이를 노린 사기도 발생하고 있다. 또 '백화점 실적 거래'는 사기가 아닐지라도,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업무방해 혐의의 범법자가 될 수 있는 위험성도 별도로 존재한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연말 주요 백화점 VIP 구매 실적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백화점 실적 거래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16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백화점 실적을 사고파는 글이 하루 평균 50여 건씩 게시되고 있다.

실적 거래는 주로 백화점 구매 실적이 필요한 사람이 타인의 영수증을 사서 자신의 실적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수증 가격은 대략 구매 금액의 2~5% 수준으로 형성돼있다. 1000만 원 구매 실적은 20만~50만 원 정도다.

최근 백화점 실적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 수법도 나오고 있다. 구매 영수증을 보낸다고 하면서 돈을 입금받고 영수증을 보내지 않거나, 실적 구매자의 계정으로 직접 등록해주고 다시 취소하는 수법이 주로 이용된다.

백화점 실적 사기가 이뤄지는 모습. 피해자 A씨 제공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는 백화점 실적 구매에 나섰다가 사기를 당했다. 지난달 25일 현대백화점 3400만 원 구매 영수증을 64만 원에 사기로 했는데, 택배를 보냈다던 판매자가 돈만 받은 채 연락을 끊은 것이다.

A씨는 "판매자가 연말을 맞아 회사에서 직원 선물을 미리 구매해서 대량의 백화점 영수증이 있다며 접근했다"며 "'이번 거래가 잘 성사되면 이후 5000만 원가량의 실적을 저렴한 가격에 팔겠다'고도 유혹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백화점 실적 거래 사기 피해자가 최소한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 여명의 피해자가 한 명의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B씨는 신세계백화점 2700만 원 구매 영수증을 100만 원에 거래하려다가 박모씨에게 사기를 당했다. 박씨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리적립을 해주겠다고 유인한 뒤 입금만 받고 적립을 미루다가 연락을 끊었다.

백화점 실적 거래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박씨에게 당한 피해자만 최소 20여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C씨는 지난 10월 박씨에게 30만 원 사기 피해를 당했다. C씨는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를 접수했는데, 앞서 울산 동부경찰서에서 진행되던 다른 피해자의 고소와 병합됐다. 현재 박씨는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C씨와 같이 박씨로부터 피해를 입어 배상신청을 한 피해자만 10명이고, 이외에도 박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도 20여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지난 9일에도 백화점 실적 판매글을 올려 추가 피해자도 나오는 등 재판을 앞두고도 사기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실적 거래 사기가 빈번한 가운데, 백화점 측의 과도한 '차별화 마케팅'이 실적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거래에 나선 구매자들은 대부분 백화점 라운지 및 발렛 주차 이용 등 일반 고객과의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VIP 등급을 달성하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화점 실적 구매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에 백화점 실적 구매글을 올린 D씨는 "VIP 등급까지 200만~300만 원 실적이 부족한데 너무 아까워서 구매글을 올렸다"며 "현대백화점은 '쟈스민' 등급이 되면 VIP 전용 라운지 이용과 발렛 파킹을 해주고, 할인 쿠폰도 주니까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 판매 사기꾼뿐 아니라 구매자도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양도받은 구매 실적을 이용하는 구매자도 백화점 측의 '업무방해'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화점 측은 이러한 실적 양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속여서 구매 영수증을 판매한 판매자는 물론, 구매자 역시 백화점 측에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만한 부분도 있다"면서 "다만 백화점 측이 그렇게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데 망설이는 모습이다. C씨는 "백화점 측에서도 이런 실적 거래를 안 좋게 생각해서 (만약) 적발되면 VIP 선정에서 제외된다는 공지도 내려왔다"며 "피해 금액도 소액이고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적극 대응하기 망설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부정 거래를 막기 위해서 중고거래 사이트에 자정 요청을 하는 등 온라인 모니터링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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