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무부 "사형제 위헌, 심각한 입법 공백 초래" 경고

법무부, 헌재 측 석명 요구 답변서 제출
헌재 선고 앞두고 '사형제 존치' 촉구
"단순위헌·헌법불합치, 심각한 입법 공백"
"미결수 구금도 문제…법적 근거 논란"
"끔찍한 범죄자 석방 바라는 이 없을 것" 압박
사형제 '범죄 예방 효과' 관련 내용은 빠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 박종민 기자

사형제 위헌소원 재판에 대해 정부가 "만일 단순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경우 심각한 입법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충서면(의견서)을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사형제 존치' 취지의 의견서에는 지난 7월 공개 변론 당시 헌법재판소 측에서 석명을 요구한 사항 전반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12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대리인 정부법무공단의 보충서면을 보면, 법무부는 단순위헌이든 헌법불합치든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심각한 입법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법무부는 먼저 단순위헌이 결정되면 심판대상 조항의 범위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이번 헌법소원 심판에서 다루는 형법 제41조(형의 종류)와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에 나오는 '사형' 외에, 사형에 관한 수많은 법률 조항의 효력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일 단순위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사형을 규정한 모든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만에 하나라도 단순위헌이 내려질 경우 입법 공백이 매우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사형을 규정하는 개별 법률조항은 모두 104개에 이른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미 사형을 선고받고 옥살이 중인 미결수들도 사형 존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등장한다. 미결수에 대한 구금에 법적 근거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법무부는 헌법불합치 결정 역시 미결수 구금의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위헌이지만 즉시 무효로 볼 때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에 일정 기간을 주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만일 헌법재판소가 정한 시한 내 국회에서 개선 입법을 하지 못할 경우 단순위헌 결정과 다를 바 없는 심각한 입법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라며 경고했다. 단순위헌이든 헌법불합치든 적잖은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법무부는 사형수들의 재심이나 국가배상 등에 대한 법적 논란이 많아질 것을 우려했다. "미결수뿐 아니라 과거에 사형이 집행된 경우에도 위헌적인 법률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것이므로 재심 사유가 인정되고 국가배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형을 대신할 대체 형벌 관련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미결수를 계속 구금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것이다. 인륜에 반하는 끔찍한 살상 등 범죄를 저지른 사형확정자들이 위헌 결정을 이유로 사회에 석방되는 결과를 바라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공개 변론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거리였던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한 내용은 이번 서면에 담기지 않았다. 당시 법무부 측 대리인은 "사형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결국 일반예방과 응보(적 정의)가 있고, 그 내용을 저희도 정리해서 제출하겠다"고 했었다. 오랜 기간 사형제 연구를 해온 이덕인 부산과기대 경찰경호과 교수는 "공개 변론 4개월이 지난 뒤 제출한 보충서면에 관련 내용을 한줄도 적지 못한 것은 사형이 범죄 예방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사형제에 대한 위헌 결정에는 이렇듯 실무상 많은 논쟁점이 존재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헌재에 사형제 존치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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