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내가 누군줄 알아?" 제주공항 항공보안검색 요지경 ②"내 얼굴이 신분증?" 대통령도 예외없는 항공보안검색 ③스튜어디스, 항공승객 안전 지키는 '감정 노동자' ④"항공기 사고 3분내 도착, 제주공항 소방구조대가 맡는다" ⑤제주공항 구조·화재·구급 해결사 '소방구조대' 입니다 ⑥제주공항 화장실 추태…샤워에서 고기 손질까지 ⑦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제주공항은 올해도 비상 (계속) |
2016년 1월, 30여년만의 폭설에 제주공항 모든 게 멈췄습니다
낭만적일지 모르는 겨울철 눈, 군인들에게는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쓰레기'입니다. 군 전역자들에게는 나름 최소 한 컷의 에피소드를 안고 있는 악연의 아이템인데요. 2016년 1월은 당시 관광객은 물론 제주공항 관계자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로 각인돼 있습니다. 1월23일부터 제주 전역에 몰아친 한파와 폭설에 제주공항이 폐쇄되면서 공항 체류객 3천여명을 포함한 대기승객 8만여명의 발이 묶였습니다. 뭍과 제주를 연결해주는 주요 통로가 막히다보니 오도가도 못한 이들 관광객은 졸지에 '제주공항 노숙자'로 전락했습니다. 무려 50시간 동안 제주공항이 폐쇄되면서 23~25일 사흘간 1200여편이 결항되는 사상 유래없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30여년만의 폭설로 난리통을 겪은 제주공항은 이 때를 계기로 제설장비와 인원을 대폭 늘립니다.
제주공항 제설은 2016년 겨울을 전후로 확 달라져요
2016년 1월 당시 제주공항 제설장비는 제설차 3대와 제설제 살포차 1대 등 딱 4대밖에 없었습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다보니 겨울철 눈이 내린다고 해봐야 해안지역은 내리는 족족 녹아 없어지고, 눈구경 위해 한라산 자락까지 올라가는 게 일상다반사였습니다. 1997년 문을 연 '한라산 눈꽃축제'도 기획과 달리 한라산조차 눈이 제대로 내리지 않아 단 5차례만 열린 뒤 사라질 정도로 제주와 눈은 그다지 인연이 닿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2016년 폭설을 계기로 4대였던 장비가 16대로 늘어나는 등 4배나 확충됩니다. 제설인력 역시 현재는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시설단에 12명이 제설을 전담하는 등 2016년(2명)보다 대폭 보강됩니다.
사실상 한 개의 활주로만 쓰는 제주공항, 폭설에 취약합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 국내 주요공항은 활주로가 2개 이상입니다. 눈이 내려도 활주로 1개는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제설작업으로 활주로 1개를 폐쇄하더라도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제주공항도 2개의 활주로를 갖고 있지만 보조활주로인 남북활주로가 일부 항공편 이륙만 쓰이면서 사실상 동서활주로 1개만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북풍 또는 북서풍의 강풍이나 급변풍이 발생할 경우 착륙시도 중 복행하거나 연쇄 지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눈이 내릴 경우 저시정, 급변풍, 강풍 특보를 동반해 항공기 정상 운영은 그만큼 힘들어집니다.
제주공항 제설, 4단계의 위기경보 수준에 따라 이뤄집니다
매년 11월15일부터 다음해 3월15일까지 제주공항은 제설상황반이 운영됩니다. 우선 대설예비특보가 발령되고, 눈으로 결항 항공편 예약인원 1천명 이상 발생하거나 출발편 항공기 5편 이상이 연속 결항하면 '관심'단계에 들어섭니다. 공항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결항 항공편 예약인원 3천명 이상 발생하거나 청사에 심야 체류객이 발생하면 '주의'단계로 이 때부터 제설작업이 시행됩니다. 이 때부터 제설상황실은 제설대책본부로 격상되고, 활주로 미끄럼 측정과 제방빙 점검이 이뤄집니다. '경계'단계는 대설경보가 발령되고, 결항항공편 예약인원 3천명 이상에 출발항공편 50% 이상 결항 또는 청사에 심야 체류객 500명 이상인 경우, '심각'단계는 출발 항공편 전체가 결항되거나 청사에 심야 체류객 1천명 이상인 경우 발령됩니다.
활주로 라인마킹이 안보이면 0.1cm만 쌓여도 제설이 이뤄져요
활주로 제설작업 시행 전에 주활주로 폐쇄에 대한 정보를 '항공고시보'에 알리는데요. 항공고시보는 변경된 항공 관련시설이나 업무, 항공기 운항 정보를 통신수단을 통해 배포되는 공고문을 말합니다. 우선 활주로 상황을 체크한 제설상황반이 제주지방항공청(항공정보통신실)에 활주로 폐쇄를 요청하면 결정이 이뤄지구요. 활주로 폐쇄와 동시에 제설작업이 이뤄진 뒤 활주로 상태평가와 마찰측정 뒤 활주로 개방 또는 재작업이 결정됩니다.
제설 범위는 크게 이동지역과 관리지역, 2곳으로 나뉩니다
이동지역은 비행기가 이동하는 활주로와 유도로, 계류장을 중심으로 제설이 이뤄집니다. 비행기가 지상에서 이동하거나 이륙 또는 착륙할 때 눈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제 때 치우는 게 목적인데요. 활주로와 유도로는 한국공항공사가, 주기장은 한국공항공사와 항공사가 함께 눈을 치웁니다. 관리지역인 공항내 도로와 주차장 역시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제설작업이 이뤄집니다.
활주로 제설도 다 순서가 있어요
활주로 눈을 치우기 위해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있는 모든 장비가 한꺼번에 동원됩니다. 우선 쌓인 눈을 밀기 위해 활주로는 견인식 제설차 4대가, 계류장에는 일체식 제설차 2대가 투입됩니다. 견인식 제설차 4대가 제주공항 주활주로인 동서활주로를 한번 왕복하면 웬만한 눈은 제거되는데요. 제설차로도 폭설이 버거우면 고속 송풍기가 투입됩니다. 제설차가 미처 치우지 못한 잔설을 강한 바람으로 날려버립니다. 1초당 1.5톤, 한시간당 5천톤을 날릴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거죠. 국내에선 인천공항과 제주공항 2곳만이 이 고속송풍기를 갖고 있습니다. 제설차와 송풍기까지 동원돼 활주로 맨살과 마주하면 마지막으로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제설제가 살포됩니다. 사실상 활주로 하나만 사용중인 제주공항은 단 한번의 제설작업으로 정상 운영돼야 하는 처지여서 다른 공항보다 활주로 제설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다른 공항보다 월등히 높은 능력을 가진 제설장치를 가지고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