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MZ' 꼽은 당대표 요건에 '또' 소환되는 한동훈

주호영, 차기 당대표 요건 "수도권 승리‧MZ세대 인기‧공천관리"
尹 만찬 후 "당권주자들 성에 안 찬다"는 주호영, 윤심에 촉각
확실한 '간판주자' 없는 당권경쟁에 한동훈 차출론도 다시 소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대구 수성대학교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현안 관련 발언 하고 있다. 아시아포럼 21 제공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시한 수도권‧MZ세대 등 '당대표 조건론'에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동조하면서 당권 주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미 뛰고 있는 친윤계 후보 대부분이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한동훈 차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승민 전 대표 등 비윤 그룹 후보군에 비해 친윤계 후보군의 지지도가 낮고, 그마저도 '윤심'에 따른 교통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 수성대학교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차기 당대표의 요건에 대해 △수도권 승리 △MZ세대에 소구 △투명한 공천 관리 등 세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그는 일부 당권주자들을 거론하며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며 "다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5일 "차기 지도부가 상식과 공정, 정의의 가치를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내길 바란다"며 "MZ세대, 특히 젊은 세대들에 공감하는 그런 지도부가 되길 노력하고 있고 미래세대의 새로운 물결에 공감하는 지도부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내에서 수도권과 MZ세대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뚜렷한 인재가 없다는 점에서 한동훈 장관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과 별도로 회동을 가진 뒤 나온 발언인 만큼 '윤심'이 실렸다는 얘기도 돈다. 최근 실시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는 '반윤' 행보를 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선두를 구축한 가운데 안철수,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뒤를 잇고 있지만 존재감을 보이는 '친윤' 후보는 찾기 힘든 현 상황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용산이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는 있지만, 밀어준다고 될까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창원 기자

차기 당권 경쟁이 '친윤' 대 '비윤'으로 전개돼도 유 전 의원을 확실하게 누를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인 상황에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확실한 '윤심'을 상징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2일 한국갤럽 이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0%의 지지를 얻어 여권 인사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당 안팎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한 장관이 직접 당권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한 장관이 설익은 상태에서 전당대회에 나오면 본인이 가진 상품성도 훼손되고 당도 혼란스러워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전당대회 시기가 2말3초로 당초 예상됐던 시기보다 앞당겨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한 장관이 내각에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한 친윤계 의원은 "한 장관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의 법치주의 확립을 제대로 실현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여권 관계자도 "전당대회가 2말3초로 된 이상 차출론은 힘을 잃었고 당내에서 후보군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당권주자들은 주 원내대표가 소환한 당대표 조건에 즉각 반응하며 견제에 나섰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특정 지역 출신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게 공연한 지역감정을 부추길까 우려된다"고 지적했고 조경태 의원도 TBS라디오에 나와 "MZ세대에만 인기가 있으면 되겠는가. 전 국민한테 인기가 있어야 한다. 당원들은 현명하게 선택할 힘과 지혜를 가졌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윤상현 의원은 "(주 원내대표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보수층의 지지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저도 성에 찰 때까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대표 조건론'이 당내에서 하루 종일 입길에 오르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특정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비대위원도 "수도권과 젊은층의 민심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은 주 원내대표뿐 아니라 지도부 전체에 넓게 퍼져있는 인식"이라며 "시기나 룰 같은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부가 핵심이기 때문에 그런 경각심을 갖고 한 발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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