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금수저'는 쟁쟁한 금토극의 '다크호스'였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가 평정한 금토극 판도에서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화려한 캐스팅은 아니었지만 네 청춘의 연기 앙상블과 치밀한 전개가 차별점을 만들었다.
이종원은 '금수저' 황태용에서 '흙수저' 이승천으로 인생이 뒤바뀌며 1인 2역 수준의 캐릭터를 오가야 했다. 주연 경험도 처음이었지만 다채로운 면면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결국 점점 따뜻하게 변화하는 황태용 캐릭터로 제작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0대를 앞둔 이종원은 '금수저'를 통해 어느 때보다 성장한 자신을 마주했다. 이종원에게 행복이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고,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금수저'다. 때로 휘청일지 몰라도 자신이 명확히 알고 나아간다면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뿌리를 지녔다. 얼버무림 없는 대답이 결코 자만하지 않고 당당한 이유다. 다음은 이종원과의 일문일답.
A 사실 굉장히 무거웠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이다 보니까 굉장히 부담이 있었고 어렵다고 처음에 생각을 했는데 육성재 배우랑 얘기를 정말 많이 하면서 부담감을 좀 같이 반반 덜어냈던 것 같다. 서로 의지도 많이 했다. 감독님은 오디션에서 부티가 나는데 왠지 모를 사람 냄새도 좀 나는 것 같아서 좀 호기심을 가지셨다고 하더라. 저는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렇게 황태용과 이승천을 오가는 캐릭터를 부여해주신 것 같다.
Q '금수저'를 통해 배우거나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
A 승천이가 된 태용이로서는 굉장한 해피엔딩이다. 마지막에 '제가 바로 금수저입니다'라는 이 한마디가 금수저를 통해서 단기간에 바로 부자가 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예전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결국엔 성공까지 닿게 되는 결말이었다. 단기간의 욕망을 원하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쫓아가다 보면 여러분도 누구나 금수저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생각을 해서 저도행복했다. 실제 이종원이라는 사람이 원하는 것도 부와 명예가 아닌 본인이 진짜 좋아하는 게 한 가지만 있어도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좀 더 성장했던 것 같다.
Q 동시간대 '천원짜리 변호사'와 치열하게 경쟁했다. 시청률에 있어 부담도 됐을 거 같다
A 저도 봤고 '천원짜리 변호사'가 굉장히 시청률이 많이 나온 것도 잘 알고 있어서 부담감은 어쩔 수 없이 있었던 것 같다. 남궁민 선배님께서 워낙 또 연기도 잘하시고 사이다가 빵빵 터지는 재미있는 드라마지 않나. 그래서 이 드라마와 대결이라고 칭한다면 대결이지만 육성재 배우와 연우 배우와 정채연 배우와 같이 우리 이 정도면 정말 선방했다고 이야기 했었다. (웃음) 우리끼리 오히려 더 다독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A 나이 차도 별로 안 나고 벽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우리 넷이서 이끌어갈 생각을 하니 오히려 더 재밌게 서로의 의견을 많이 전달했던 것 같고 특히 제일 많이 부딪혔던 육성재 배우와는 승찬이와 태용이를 서로 오가야 되니까 그 이야기를 하느라고 제일 빨리 친해졌었다. 육성재 배우와는 이제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점 서로를 의지하고 '얼마 안 남았으니까 더 잘할 수 있어. 우리 좀 더 힘내보자'라며 서로 결심해주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렸다. (웃음)
정채연 배우는 현장에서 갑자기 비가 와서 촬영을 못하게 되거나 어떤 일이 들이닥쳐도 늘 해바라기같이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그런 친구였다. 이 친구와 촬영을 하게 되면 우리도 모르게 이미 웃으면서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고마운 친구다.
연우 배우는 장난을 치면서도 그 집중도가 굉장히 좋고, 심도가 깊은 친구여서 같이 연기할 때면 진짜 제가 황태용의 모습인 것 같고 이 친구가 정말 오여진이라는 캐릭터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 몰입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각자가 가진 호흡이 달랐는데 하모니가 좋았다.
Q 본인이 생각한 금수저의 정의는? 그리고 실제로 금수저가 있다면 사용하고 싶은지
A 저는 스스로 금수저라고 생각을 한다. 저도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사진,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제 마음이 풍부해진다. 이것들이 저한테는 금수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부와 명예와 별개로 제가 행복하게 생각하는 자그마한 것만 있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게 금수저가 아닐까. 제 금수저는 저를 돌아보는 마음인 것 같다. 저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지점들이 뭔지 알아가는 게 진짜 금수저인 것 같다. 실제 이종원이라면 저는 금수저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어느 누구와 바꿔도 제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다.
A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은 늘 관통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해온 연기 중에 늘 100% 만족을 했었던 적이 없는데 100% 만족을 하지 않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마 전에 좀 들었다. 제 얼굴이 이렇게까지 많이 보여지는 게 경이로운 일이었지만 아쉬운 장면들이 저를 더 만들어 나간다는 생각이 불현듯 며칠 전에 딱 들더라. 아쉬운 점이 없고 100% 만족하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나중에 또 다른 연기를 했을 때 경각심이 빠져 있기 때문에 좀 덜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금 제가 아쉬움을 가진 만큼 그 다음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끌고 가는 게 목표 같다. 점수를 매기긴 어렵다. 한 마디로 하면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 다행이다.
Q 이제 30대가 목전이다. 앞으로 어떤 시간을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A 저를 계속 알아가는 단계다. '배우는 배우는 직업'이라고 선배님들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저는 자신을 알아가기 때문에 많이 배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캐릭터는 자기 마음 속에 작든 크든 무조건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걸 모두 꺼내서 확대한 다음에 연기를 통해 보여줄 뿐이다. 그렇게 새로운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 저를 계속 알아가는 것 같다. 이 시간이 굉장히 뜻 깊고, 앞으로도 뜻 깊은 나날, 계속해서 스스로를 발견해 나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Q 이제 곧 연말 시상식 시즌이다. 올해 'MBC 연기대상'에서 욕심나는 상도 있을까
A 마음 같아서는 신인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긴 했다. 그 전에도 MBC 작품을 한 적이 있었지만 '금수저'를 통해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고,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나름대로 잘 나오게 된 것 같아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분한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욕심이 생기더라. 올해 스물아홉이고 내년에 서른이기 때문에 20대가 가기 전에 신인상을 받는다면 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받지 못한다고 해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저는 행복한 사람이라 거기에 더해질 뿐이지 못 받는다고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텐데 받으면 너무 행복할 거 같다는 뜻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