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놨던 '지상철도 지하화' 공약 이행에 탄력이 붙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특별법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경부선, 경의선 등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지상철도를 지하화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지상부에 비즈니스·창업센터나 청년주택, 문화·공원·편익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상철도 지하화 관련 특별법' 제중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발주한 '시내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력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에서 철도 지하화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이다. 철로가 도시를 가로지르면서 지역간 이동과 소통을 단절시키고 팽창하는 도심의 개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열차의 소음과 분진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자체 입장에서도 지상철도와 차량기지 이전이나 지하화는 숙원사업이다.
대선 이전인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 나섰던 오 시장도 지상철도 지하화를 공약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서울역~금천구청역·청량리역~도봉산역)과 2호선 지상 구간 등을 지하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연구용역에 들어간 결과물이 최근 법제정 추진으로 가시화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경부선·경인선·경의선·경원선·경춘선·중앙선 등 국철 지상 구간 71.㎞ 구간을 지하화 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와 추진 전략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2040도시기본계획'에는 이미 지하철 2호선 노선 가운데 지상 운행 13개역, 18.91㎞ 구간과 경부·경원·경인선 등 국철구간 101.2㎞에 대해 지하화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서울시내 지상철 전체 구간을 장기적으로 지하로 넣고 지상 구간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과 녹지, 문화‧상업‧비즈니스 공간 등으로 구성된 입체복합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발표한 서울시 공약에는 경부선(당정~서울역) 경원선(청량리~도봉산) 경인선(구로~인천) 등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화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사업 소요 예산으로 23조8550억원이 제시됐다.
이번 용역 보고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파편화된 지상철도 지하화 계획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동시에 장기적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토대가 될 예정이다. 특히 5년마다 수립하는 국가철도망 계획이 2020년 나와있어 정부와 서울시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업계획을 앞당기거나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지상 철도 지하화는 여야 모두 추진했던 사항이라 이견이 없다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다. 넓은 범위의 복잡한 일반법 개정보다 특별법 제정이 훨씬 간편한 것도 이유다.
첫 사업지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서울역과 용산역의 경부선 철도 구간이 유력하다. 용산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서울역~용산역 구간 지상부에 대규모 녹지공원을 조성하고 건물 건폐율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으로 상징성이 높아졌고, 용산공원 조성과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추진중이어서 가장 빠른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용역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국토부와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특별법 제정이 언제까지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후에도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변경하고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을 수립하려면 1~2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2013년에도 서울시가 관련 용역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철도 지하화에 소요되는 추정 예산은 39조원에 달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다.
오 시장은 철도 지하화 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계획처럼 지상공간을 주택공급과 공원, 비즈니스, 교통 거점지로 활용하면 지하 터널을 뚫는 비용 상당 부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상부지는 민간개발을 하면 예산 절감을 넘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깔려 있다. 2016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서울 구로구 구로역에서 인천 동구 도원역까지 경인선 24㎞ 구간을 지하화하면 사업비용 6조원이 필요하지만 지상부지를 민간에 10조 원에 매각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도 이같은 배경을 뒷받침 한다.
경의선 가좌역~효창공원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을 공원으로 꾸민 '경의선 숲길'의 경우 인근 땅값이 40% 이상 상승했다. 사업방식도 정부나 지자체 부담을 낮추되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이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고 30~40년 등 장기간 운영해 투자비 회수를 보장하는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2040 도시기본계획' 발표 당시 "지상 공간을 활용하고 가치를 극대화하면 상당 부분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며 "공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