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핼러윈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해임건의안이 1일 본회의 개최 불발로 처리에 차질이 빚어졌다. 국정조사를 걷어찼다는 여당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해임건의안 추진마저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여야 본회의 합의 도출 '불발'…사법리스크·예산 심사 주도권 우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났지만 본회의 개의 합의 도출에 이르지 못했다. 개의 권한이 있는 김 의장은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본회의를 열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합의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만날지 여부에 대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본회의 개최는 불발됐다.
속이 타들어가는 건 민주당이다. 당초 1일 해임건의안 본회의 보고와 2일 가결 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를 명분 삼아 다음주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나아가겠다는 게 민주당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주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임건의안 본회의 보고부터 막히면서 주도권을 오히려 국민의힘에 내준 모양새가 됐다.
해임건의안 추진이 어려워지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대응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기소와 이 대표에 대한 조사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비화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상민 카드'가 첫발을 떼지 못하면서 사법리스크 비화에 여론전으로 대응하겠다는 민주당 계산이 어긋난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힘 탓이라고 강하게 지적해왔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내년도 예산 처리 법정 시한이 하루 남았지만 국민의힘은 '정쟁 전문당'이 되려는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뒤 국정조사에 여야가 합의한 상황에서 갑자기 민주당이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며 오히려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정부여당을 압박할 필요성은 있지만 해임건의안 추진을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며 "결국 탄핵소추까지 가겠다는 계획이지만 무리할 경우 주요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되치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임건의안 추진 두고 당내 우려…"벌써부터 힘 빠지나"
당내에서는 지도부가 지금 시점에서 해임건의안을 추진한 것 자체가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는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본격적인 국정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임건의안 카드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임건의안에 대한 이견은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도 제기됐다. 해임건의안 당론 발의를 위한 총의를 모으는 자리에서 반대 기류가 감지된 것. 해임건의안을 건너뛰고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 발언과 함께 해임건의안 추진 시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결국 지도부에 판단을 위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해임건의안 추진에 벌써부터 부침이 생기면서 힘이 빠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수용 거부 의사를 내비친 상황에서 정치적 압박이 가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당내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한 재선 의원은 "국정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해임건의안을 추진해야 하는데 갑자기 해임건의안을 추진하는 게 명분이 있냐는 의문들이 있다"며 "결국 국정조사도 힘이 빠지고 해임건의안도 흔들리는 상황이 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