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는 찾아갔는데…'도움의 손길'은 왜 모녀에 가지 못했나



[앵커]
세상을 안타깝게 했던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채 몇 달도 안돼 최근 또다시 극심한 경제난에 두 모녀가 숨진 사건이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계속해서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이번에도 도움의 손길은 닿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김재완 기자. 수원 세 모녀에 이어 이번에는 신촌 모녀가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어느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나요?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숨진 모녀가 발견될 당시 집 현관문에는 전기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고지서와 월세가 밀렸다는 이유로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편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열 달 간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도 전액 공제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강보험료는 1년 넘게 밀렸고, 통신비도 반 년간 못 냈다고 합니다.

[앵커]
이러한 형편이면 당연히 위기가구 발굴 대상에 포함됐을텐데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왜 제때 도움을 주지 못한 거죠?

[기자]
신촌 모녀는 단수, 단전, 건보료 체납 등 34종의 정보를 수집, 분석한 결과 고위험군 가구로 분류되기는 했었습니다. 이에 지자체 공무원이 주소지인 광진구로 찾아갔지만 모녀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네 달 전 모녀는 지금의 거주지인 서대문구로 이사를 했고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지 상 주소지와 실제 사는 곳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앵커]
주소지가 달라서 공무원이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것은 지난 8월 수원 세 모녀 비극 때와 같은 상황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판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빛 독촉에 쫓긴 수원 세 모녀 역시 노출을 꺼려 주소지를 옮긴 후 사실상 은둔 생활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 역시 예전 주소지로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방문했지만 도움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앵커]
그렇다면 실제 살던 곳에서는 뭔가 징후 같은 게 잡히지 않았을까요?

[기자]
현실적으로 주소지를 이전하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를 추적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혀 단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게 전기요금 고지서입니다. 수원 세 모녀는 두 달간 전기요금 3만원 정도를 미납해 전기가 끊길 것이라는 경고문이 담긴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신촌 모녀도 마찬가지로 집에서는 5개월 간 못 낸 전기요금 9만 원을 내라는 독촉장이 발견됐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지만, 전기요금 독촉장은 위기가구에 어김없이 배달된 것입니다. 다만 이런 고지서들은 전에 살던 세입자 이름으로 왔다고 하기는 합니다.

[앵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더 안타까운데요. 전기요금 고지가가 쌓이는 집으로 공무원들이 직접 찾아갈 수는 없을까요?

[기자]
말씀한 것처럼 단전이나 단수가 몇 달째 이어지면 공무원들이 찾아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인터넷 댓글에도 적지 않게 달렸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장 인력이 부족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복지부 관계자]
2개월마다 450만 건에서 500만 건의 위기 정보가 입수되는데요. 그걸 모두 다 하나하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확인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가 그중에서 위험이 좀 더 상대적으로 높은 한 20만 명 정도를 이제 찾아가는 거거든요."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로 위기 가구를 찾아가는 시스템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김 기자, 그런데 왜 이런 비극은 모녀 가구에게서 발생하고 있는건가요? 수원 세 모녀 비극도 그렇고 이번 비극도 엄마와 딸이 사는 가구에게 일어난 일이잖아요.

[기자]
빈곤가구에 속하는 비율인 빈곤율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여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40.1%로 나타나는데요. 쉽게 말해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 3명 중 2명은 빈곤층이라는 뜻입니다. 남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이 수치의 3분의 1 수준인 13.6%라는 것을 보면 격차가 확연하죠.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가 여전히 낮은 우리 사회에서 남편과 사별 또는 이혼하게 되면 생계에 큰 어려움을 직면하게 되겠죠. 결국 생계의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은 채 커지고 사회 도움의 손길도 닿지 않아 이번과 같은 비극까지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위기가구를 포착은 했지만 만나서 도움을 주기까지는 미흡한 점도 많은 듯 한데 어떤 대책들이 더 필요할까요?

[기자]
정부는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매번 보완책을 내놨지만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신촌 모녀가 발견되기 직전에도 위기정보를 34종에서 44종으로 더 늘리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 발굴 인력을 늘이지 않으면 비극인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재훈 서울여대 복지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 보시죠.

[정재훈]
우선 사람을 빨리 늘리는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아무리 위기징후가 계속 뜨더라도 결국 그걸 직접 가서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 사람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앵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의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성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김재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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