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작년 6월말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3억 원과 신용대출 5천만 원을 받아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당시 금리는 각각 연 2.5%, 3.6% 선이었다. 집값 상승이 멈출 거라는 우려 속에서도 고민 끝에 내린 과감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점점 후회가 커지고 있다. 24일 기준 A씨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주담대 5.3%, 신용대출 6.4% 수준으로 2배 안팎으로 뛰었다. 이달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은 1년 5개월 전에 비해 60만 원 가까이 불어나 190만 원을 넘어섰다. 월급의 절반 수준을 빚 갚는데 쓰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올리면서 지난해 8월 이후 1년 3개월 동안 기준금리 인상폭이 2.75%포인트를 찍었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만큼만 올랐다고 가정해도 1756조 원 규모의 가계대출에 뒤따르는 이자부담 증가액만 38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3.25%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 8월, 10월 이어 이날까지 아홉 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 금리는 2.75%포인트나 올랐다. 올해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2월 회의를 제외하곤 모두 인상 결정이 내려졌다. 4월부터 잇따른 회의에서 6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건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 결국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변동금리형 상품의 경우 연 7.83%다. 작년 8월 중순 대비 상단이 3.59%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이번 인상분까지 반영되면 곧 연 8%선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6조 7819억 원에 달한다.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기준금리 변화에 민감한 변동금리형 대출은 78.5%나 된다.
해당 통계를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고, 대출금리도 그에 맞춰 동일하게 오른다고 가정하면 한 번 인상 때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 4477억 원(1756조 7819억 원×78.5%×0.25%) 불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여태까지 기준금리 인상폭이 2.75%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1년 3개월 동안 늘어난 이자 부담은 약 37조 9245억 원(1756조 7819억 원×78.5%×2.75%)으로 추산된다.
한은도 작년 12월 말 가계대출 잔액(1757조 650억 원)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에 맞춰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3조 3천억 원 가량 불어난다고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306만 8천 원에서 323만 1천 원으로 16만 3천 원 뛴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그간의 2.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179만 3천 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리해서 빚을 끌어다 쓴 이들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금리 인상과 맞물려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은의 9월 금융안정보고서상 올해 1분기 기준, 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 보유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 비중은 전년말 대비 0.3%포인트 증가한 6.3%로 나타났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가계 취약차주와 과다 차입자, 저소득‧영세자영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유동성 사정을 수시 점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