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지난해보다 29만명 가까이 늘어난 122만명에 달하면서 정부가 세제 개편에 더욱 올인하는 모양새다.
부자과세라는 당초 종부세의 도입 취지와 달리 일반인도 내는 세금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이 21일 납부고지서와 안내문을 발송한 2022년 귀속분 종부세 납세 의무자 수는 130만7천여명으로 고지된 세액은 7조5천억원 규모다.
이 중 주택에게 부과되는 주택분 종부세 고지인원은 122만명이며, 납부세액은 4조1천억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인원으로는 31.0%, 28만9천명이 늘어났지만, 액수 기준으로는 4조4천억원(결정세액)에서 3천억원 가량이 줄어든 수치다.
1인당 평균 세액은 지난해 473만3천원보다 28.9%나 줄어든 336만3천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추이에 대해 "종부세는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국민도 낼 수 있는 세금이 됐다"고 평가하며 세부담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재부의 '일반 국민 종부세 부담론'의 근거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따라오지 못하는 낮은 기본공제금액(6억원)과 2021년 기준 주택보유자 1508만9천명의 8%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 종부세 고지 인원 숫자이다.
기재부는 2020년 기준 가구당 평균인원이 2.37명인 점을 고려하면 종부세의 영향력이 납세 대상자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열 집 걸러 한 집에 가까운 수준으로 납부 대상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더 이상 부유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인 만큼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적절한 종부세의 수준은 2020년 이전 수준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최소한 2020년 수준 이전으로 세금 등 부동산 관련된 모든 부담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재부는 △종부세 기본공제금액 6억원에서 9억원으로(1세대 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 인상 △다주택자 중과 세율 폐지·세율 인하 △세부담 상한 150%로 일원화 등을 담은 종부세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상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이은형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고가 주택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세금을 매기자는 종부세의 본래 도입 취지에 비춰보면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타당하다고 보여진다"며 "조세 평등이 주가 돼야 하는데 제 기능을 못하다보니 집값 안정 수단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개인 주택분 종부세를 과세표준 12억원 이하 구간 납세자가 전체 고지 인원의 97.7%, 고지 세액의 71.9%를 차지한다"며 종부세 합리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납부 대상 중 상대적으로 부자인 사람들보다, 적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세부담이 큰 만큼 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과세표준 12억원이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으로는 26억원에 이르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 26억원이면 시가가 36억원 안팎이 되다보니, 30억원대 중반에 이르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을 '일반 국민'으로 일컫고, 이들의 세부담을 걱정하며 완화에 나서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가 주택 보유자의 8%에 달하며, 세대 구성원 수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종부세 부담을 안게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납세 의무자의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단순히 과세 대상자가 늘어났는지 여부나, 가족이 얼마나 있는지 여부 등은 종부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기재부는 최근 종부세 현황을 2017년과 비교하면서 납세 인원과 세액이 폭증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종부세 대상자들의 자산 증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발 수혜 등의 원인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널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재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일방적 세부담 완화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