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 타고 올라가 극단선택?…해남 외국인 사망 미스터리

전남 해남 모 아파트에서 러시아 국적 남성 추락해 숨져
2017년 입국 후 4년간 불법체류 상태서 생활 추정
행적·주변인 등 주요 사건 경위 파악 안돼


전남 해남의 한 아파트 7층에서 외국인이 추락해 숨진 지 일주일 이상 지났지만 사건 발생 전 사망자의 동선과 행적 등 주요 사건 경위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4시 30분쯤 전남 해남군 해남읍 모 아파트 화단에 아파트에서 추락한 외국인 A씨가 숨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현재까지 A씨는 추락 전 맨손으로 아파트 외벽을 타고 올라가 아파트 7층 실외기에 앉아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4년간 불법 체류 정황…경찰 "극단적 선택 추정"

 경찰은 수사를 통해 A씨가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고 추락했던 아파트 7층 입주민과 일면식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주변에 설치된 CCTV 영상 등을 통대로 A씨가 아파트 난간을 타고 오르는 장면을 확인했지만 추락 전·후가 담긴 장면은 없었다. A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목격자 진술이 전부다.
 
A씨는 지난 2017년 12월, 최대 두 달 머물 수 있는 여행 비자로 입국해 2018년 1월에는 한국을 떠났어야 했지만 이후 출국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이 A씨가 4년 간 불법 체류 생활을 해왔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발신 안 되는 휴대전화 소지…지인 등 주변인 미궁

 한국에 입국한 이후 A씨의 행적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30대 러시아 국적 남성이 한국에서 4년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어디에 거주했는지 등 밝혀진 부분이 거의 없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행적과 관련된 부분은 추가적으로 조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A씨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는 발신이 불가능해 번호를 특정해 조회 및 추적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휴대전화 언어가 러시아로 설정돼 있어 A씨의 주변인이나 최근에 연락을 한 사람들을 조사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A씨가 어떤 이유로 본인이 살지도 않은 아파트에 올라갔는지 그리고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등 주요 사건 경위가 대부분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백석대 김상균 경찰학부 교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징후를 주변에 남긴다"면서 "외국인이라면 본국에 있는 사람들이라든지 주변인들과 상담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최소한 휴대전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 러시아 공사관 등서 추가 답변 없으면 무연고 매장

 경찰은 사건 발생 이튿날인 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다음 달 나올 예정인 부검 결과를 토대로 마약 투약 여부 등 사인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경찰의 문의에도 현재까지 러시아 공사관에서는 가족을 찾지 못했다는 답변 외에는 별다른 회신이 오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 특이 소견이 없고 러시아 공사관의 추가 답변이 없다면 무연고 사망자로 간주해 매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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