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핼러윈 참사' 발생 14일째. 오늘은 참사가 빚은 비극적인 소식부터 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핼러윈을 앞두고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작성한 '안전 우려 보고서'를 참사 이후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정보과 직원들이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받고 있었죠.
수사 대상 중 한 명이었던 용산서 전 정보계장이 오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원인과 특수본의 수사 상황 등을 경찰청에 나가 있는 사회부 박정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수사를 받던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요.
[기자]
네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55세 정모 경감이 오늘 낮 12시 45분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 경감은 핼러윈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요.
정 경감은 지난 6일까지 정상 근무를 하다가 특수본에 입건된 직후부터 연차 휴가를 냈고 지난 9일에는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앵커]
사망 원인이 무엇입니까.
[기자]
경찰은 발견 당시 상황을 볼 때 정 경감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 중입니다.
정 경감은 어제 일부 동료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를 했다고 하고요, 대기발령 후 출근지인 서울경찰청으로 오늘 출근도 하지 않았고 연락두절 상태였다고 합니다.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심적 부담감과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앵커]
어떤 점에서 부담감이 그렇게 컸을까요.
[기자]
아무래도 수사가 진행되는 부분이 컸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 경감은 참사 이후 안전 우려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회유를 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안전 우려 보고서는 핼로윈 이전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했는데, 참사 이후 다른 직원을 시켜 이 정보관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 종용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 경감의 이러한 행위가 독단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상관인 용산서 정보과장의 지시를 따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정보과장 역시 직권남용,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요.
상관의 지시가 일종의 압박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정보과장은 보고서 원본은 필요 없는 시점에 자체 삭제하는 게 규정상 원칙이고 윗선인 서울청 정보부장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라 진술이 다소 엇갈리고 있습니다.
[앵커]
특수본이 수사에 한창 속도를 냈는데 난감한 상황이겠어요.
[기자]
특수본 내부에서는 난감한 기류가 흐르는데요. 오늘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태원 사고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제는 참사 관련 다른 소식으로 넘어가 보죠.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행적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어요.
[기자]
네 박희영 구청장에 대한 논란은 크게 안전 회의 잦은 불참, 뒤죽박죽 인사, 거짓 해명 등으로 나뉩니다.
우선 핼러윈을 앞둔 지난달 25일 박 구청장은 자신이 주관해야 하는 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취재 결과 확인됐는데요. 같은 시각에 구민들과 차담회를 여느라 회의 참석을 못했다고 합니다.
박 구청장은 참사 사흘 전과 이틀 전 각각 열린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와 긴급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요.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장들을 대상으로 한 대책 회의인 상황판단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인사 부분과 행적 거짓 의혹도 설명해주시죠.
[기자]
박 구청장은 지난 7월 취임했는데 수차례 구청 국장, 과장급 등의 인사를 냈다는데요. 통상 정기 인사가 1월과 7월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입니다.
축제 주무 부서장들이 몇달 새 바뀌며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부족했던 점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참사 이틀 전 열린 핼러윈 긴급 대책 회의에서는 사고 관리와 질서 유지 업무가 생뚱맞게 감사를 담당하는 부서에 배치되기도 했고요.
이밖에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서 4분여 거리 떨어진 '퀴논길'을 두 차례 둘러봤다고 해명했는데요, 인근 CCTV상으로 볼 때 순찰이나 점검은 없고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거짓 해명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청에서 CBS뉴스 박정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