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10일 발표한 '2022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지난 5월 '2022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 때 2.3%보다 0.5%p나 낮춘 수치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5월 2.8%보다 0.1%p 낮은 2.7%로 소폭 하향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대폭 하향 조정 배경과 관련해 KDI는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투자 부진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면서비스업 중심 민간소비 회복이 경기 둔화 완화"
KDI는 올해는 수출이 4.3% 늘겠지만, 내년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주요국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부진이 심화하면서 1.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은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됐다.
KDI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마이너스(-3.7%)를 기록하고 내년에도 0%대(0.7%)로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 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회복되는 민간소비가 올해 4.7%에 이어 내년에도 3.1%의 증가율을 보이며 경기 둔화를 일부 완화할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KDI는 내년 성장률이 2%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우려했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5.1%, 내년 3.2%로 상향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지금은 경기 회복 국면이 마무리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올해 한동안 지속했던 경기 회복세가 사라지고 둔화 국면으로 접어들어 내년 상반기 중 최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 서서히 회복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정규철 실장은 "내년 1.8% 성장이 잠재성장률을 큰 폭으로 밑도는 정도는 아닌 만큼 경기 '침체'로까지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5월보다 크게 올렸다.
올해는 5.1%, 내년은 3.2%가 제시됐는데 5월 전망치보다 각각 0.9%p와 1.0%p 상승한 수치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내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축소되겠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를 크게 넘어서리라는 관측이다.
"한은 '빅스텝' 추세 지속은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
따라서 당분간은 물가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KDI 판단이다.
그러나 KDI는 "앞으로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완만한 속도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과 10월 이른바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 정규철 실장은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우리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통화정책은 한 달 반마다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천천히 인상하면서 물가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과 유로존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