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이른바 '먹통 사태' 피해 접수를 완료한 가운데 서비스장애 피해보상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무료서비스 보상에 대한 검토 의사를 밝혔지만, 약관 규정은 물론 전례가 없어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지난달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데 따른 피해 사례 접수를 마무리했다. 카카오 측은 당초 카카오톡을 통해 피해사례 접수 채널을 만든 후 지난 1일까지 접수를 하기로 했지만, 이용자들의 여론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닷새를 연장해 지난 6일까지 마무리했다.
카카오 측은 접수된 피해사례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피해사례 건수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피해 접수를 시작 후 지난달 24일 기준 약 4만5천건이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최종 피해사례는 수십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피해 접수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발표하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피해 사례와 서비스에 대한 불만 등이 겹쳐 있어서 당분간 분류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사례 접수가 결국 서비스 장애에 따른 보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전초 단계라는 점에서 유료 및 무료서비스 보상 관련 범위‧규모 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료서비스의 경우, 피해 보상과 관련해 약관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례 또한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보상안 마련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 센터장은 일단 무료서비스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시 국감에서 김 센터장이 "인터넷 무료 서비스상 전 세계적인 선례가 없어서 이 부분은 현재 피해를 접수 받고 정리되는 대로 진행하겠다"고 언급한 직후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김 센터장이 지금 무료 서비스를 말하는데, 카카오톡 가입자 수가 많아서 (카카오의)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은 "무료서비스 덕에 회사가 발전한 점을 인정하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이 없었으면 애초에 카톡의 성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김 센터장은 무료서비스 피해 보상도 검토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는 유료 및 무료 서비스 이용자로서 먹통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카카오 측에 실질적 보상안을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먹통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 피해를 접수받은 결과 모두 2117곳의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고객의 주문과 예약을 확인할 수 없는 업체들은 사고 당일 급격한 매출 하락이 발생했다"며 실질적 피해보상을 위해 소상공인 피해보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유료서비스에 대한 보상 규모 산정은 별개로 하더라도, 무료서비스 보상 여부를 두고 카카오 측과 국회 과방위 등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방위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카카오가 이미 공인인증서 등 공공 영역에 일정 부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것을 통해 광고 수익 등을 거두고 있다"며 "무료서비스는 보상 영역이 아니라고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카카오에 대한 분노도 이해는 되지만, 무료서비스 보상이라는 선례가 남는다는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 서비스에서 동일한 문제가 생기면 그때도 보상을 요구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무료 채팅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금전 보상이 아니더라도 이모티콘 등 다른 형태의 보상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과방위 관계자는 "무료서비스 피해자들에게 비단 금전이 아니라도 다른 형태의 보상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피해접수 유형과 집계를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부분을 언급하기 힘들다"며 "내부 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