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복지위, '주식자료 미제출' 백경란 청장 檢 고발 의결

국감 기간 지속된 국회 요구 불응…기제출된 매도내역 '재탕'
진단키트사 사외이사 지원한 동생 '누나찬스' 의혹도 논란
백 청장 측 "제3자가 허위작성…작성자 고발조치 검토 중"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0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국민건강보험공단·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자신의 주식 내역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난감해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바이오주 등 주식 거래로 '이해충돌 논란'을 빚은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종합국감 당시 상임위에서 의결된 '최종 기한'이었던 지난달 28일까지 백 청장이 국회가 요구한 거래내역 일체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7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상정하고 "2022년도 국정감사와 관련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4조 및 제15조에 따라 위증과 상당한 이유 없이 서류 제출요구를 거절한 등의 사유로 백경란 증인을 검찰에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현재 본격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재유행 상황 등을 감안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지금 알아본 바로는 (청장) 본인은 나름대로 2차적인 자료를 의원실들을 찾아가며 말씀을 전했고, 자료를 냈다고 한다"며 "(국회의) 자료 요구에 상응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부분은 각 의원들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본인은 냈다고 하고, 노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출 자료에) 부족하고 미흡한 게 있으면 본인한테 또다시 얘기해서 확답을 받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다. 또 청장의 답변과정에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국회) 권고사항을 해결함에 있어 질병청 직원들과 많은 애를 쓴 부분도 있다"며 '방역 컨트롤타워'를 이 시점에 형사고발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야당의 입장은 강경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저희도 마음이 편하진 않다"면서도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질병청으로 승격됐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K-방역'의 중심에 있었던 (곳이) 질병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질병청이 좀 더 뿌듯하고 좀 더 정정당당하게 일해야 하기 때문에 한 점의 의혹도 국민에게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라며 "지난 국감 내내 정말 지치도록, 모든 의원들이 질병청장의 떳떳함을 함께 만들기 위해 요구하고 요청했지만, 끝내 거부되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발 철회를 거부했다.
 
앞서 백 청장은 지난달 28일 국회를 직접 찾아 주식 관련 자료를 복지위 위원들에게 제출했지만, 이미 알려진 매도내역만을 다시 낸 것으로 파악됐다(관련보도: [단독]국감 내내 주식자료 요구 뭉갠 백경란, 결국 또 '복붙' 제출). 취임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신테카바이오 등 바이오 관련 주식을 다수 보유했던 백 청장은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백 청장은 이날도 "임용 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인사혁신처에서 이해상충·직무관련성 검증 심사를 받고, 또 (바이오 관련주 등을) 매각 조치했다"며 위법 사실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국민들께서 공직자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매우 높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재유행 극복을 위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공교롭게도 이번엔 가족이 백 청장의 지위를 취업에 이용하고자 한 정황이 논란이 됐다.
 
2022년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유전체 분석 업체 선정 현황.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 제공

한 언론은 이날 백 청장의 남동생인 백모씨가 지난 8월 10일 제출한 디엔에이링크 사외이사 후보자 직무수행계획서에 "마침 친누이는 2대 질병청장의 임무를 맡은 백경란 청장"이라고 적은 사실을 보도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인 디엔에이링크는 올 들어 질병청과 코로나19 유전체 분석 계약을 3차례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씨는 이 계획서에서 "마침 (친누이인 백 청장이) 중임을 맡아서, 더 책임감 있는 관련 기업이 연구개발 과제 등 국가 방역으로도 중요한 시기"라며 "이에 우리가 그 역량을 발휘해 작은 소명의식으로 질병 방역과 관련해 의식 있는 기업이 되는 데 일조하고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청장님의 (사퇴)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했고, 같은 당 김원이 의원도 "백 청장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더 이상 질병청장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맹공했다.
 
백 청장은 질병청을 통해 출입기자단에게 별도 배포한 입장문에서 직무수행계획서가 동생이 아닌 '제3자'에 의해 작성됐다고 해명했다. 백 청장은 "동생이 해당기업에 소액주주연대에 의해 사외이사로 추천받은 것은 사실이나, 동생은 문제의 계획서 일체를 본인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내용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었다는 사실을, 동생도 한 언론의 취재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며 "소액주주연대 A씨로부터 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허위로 계획서가 작성되었음을 인지한 후 동생은 즉시 A씨에게 항의했고, 해당기업에 사실을 알린 뒤 정정공시를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해당기업을 통해 오늘 '공시된 직무수행계획서가 후보자(동생)가 작성하지 않았음에 대해 후보자 본인이 직접 소명하여 계획서 재작성 및 확인서를 첨부합니다'는 내용으로 전자공시시스템에 정정공시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동생 측에서 A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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