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을 가진 학교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을 통해 약국을 개설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법인과 약국의 담합 가능성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원광대학병원을 소유한 원광학원이 부지 내에 약국 건물과 토지를 소유하며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이은 '위법' 판결에도…원광학원, 약국 '꼼수' 개설
7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원광학원은 1996년 7월 병원 앞에 위치한 철근콘트리트조 2층 건물과 토지(신동 221-41)의 소유권을 취득했다.원광학원은 해당 건물이 위치한 토지에 수목 등을 심어 병원 외부와 구분하고 주차장을 만들어 병원 내 시설로 사용해왔다.
원광학원은 2021년 1월 이 건물 1층을 A 약국에 임대했다.
이에 임대료를 받는 원광학원이 약국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의약분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수차례 나오고 있다.
대법원도 2003년부터 병원 부지 내 약국 개설은 의약 분업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결해오고 있다. A 약국과 같은 원내 약국이 처방전을 독점하고, 병원은 고액의 임대료로 이득을 보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경남 창원의 경상대학교병원과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등 일련의 상급종합병원 인근 약국 개설 사건에서 대법원은 약국개설등록처분이 약사법 제20조 제5항 각호에 위배된다고 판단해왔다.
경상대병원 부지 내에 있는 약국의 경우 원광대병원보다 현행법 위반의 소지가 작았음에도 약국 개설을 허가받지 못했다.
경상대병원은 부지 내 신축 건물을 병원 시설 일부로 사용해오다 제삼자에게 '건물의 운영권'을 맡겼다. 이후 건물의 운영권자가 된 제삼자가 일반 약사에게 다시 건물 일부를 임대했다.
이는 경상대병원이 제삼자를 매개로 약사법을 우회해 약국을 개설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상대병원과 그 앞 약국이 의약분업의 취지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약국 개설을 허가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경상대병원과 약사들 사이에 직접적인 임대계약 관계가 없음에도 해당 약국이 처방전 검증과 견제의 의무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며 "약국 개설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경상대병원과 다르게 원광학원은 직접 건물을 임대하고 그로 인한 임대료를 받는 실정이다. 원광학원은 법인이 약국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회계는 물론, 병원 상가 건물도 펜스로 구분돼 있다는 점을 주장해 익산시 보건소의 허가를 받았다.
원광학원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건으로 달리 전할 말이 없다"며 "최근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 법원에 보내는 등 성실히 재판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은 "약사법을 우회한 편법과 꼼수 약국 개설은 반드시 규제되어야 한다"며 "꼼수 개설은 의약분업 제도를 퇴색시키는 만큼 국회에서도 필요한 정책과 규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