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기동대까지 용산 투입하고도…이태원 안 보냈다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기동대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현장에 배치됐지만, 압사 우려가 쏟아졌던 이태원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특히 해당 경력은 압사 2시간 전 상황을 종료하고 대기중이어서 '압사 우려' 신고가 접수됐던 이태원 현장에 투입이 가능했지만, 지휘부는 별다른 지시 없이 부대를 철수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경찰청이 작성한 지난달 29일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1·2·5기동대는 참사 당일 오전 서울 용산에서 열리는 집회 현장에 투입됐다. 1개 기동대당 출동 가능한 인원은 70여 명으로, 이날 경기남부청이 지원한 경력은 200여명 규모다.

이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국방부 후문과 전쟁기념관 등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거점 근무를 섰다. 기동대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대학생기후행동, 미국은손떼라서울행동, 나라지키미 등 총 4개 단체가 실시하는 집회에 대비했다.

이 중 3개 집회는 오후 5시 30분 전에 종료됐고, 나머지 1개 집회도 오후 8시에 종료됐다고 한다. 현장 지휘부는 경기남부청 지원 경력에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고 오후 9시까지 대기시켰다.

황진환 기자

그러는 사이 집회 현장으로부터 2km 남짓 떨어진 이태원에서는 오후 6시 34분부터 "압사될 것 같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남부청 기동대가 상황을 마치고 대기중이던 오후 8시~9시 사이에도 '압사 우려' 신고만 4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현장 지휘부는 '이태원 투입' 지시 없이 기동대 200여명을 모두 해산시켰다. 신고를 접수한 서울경찰청과 현장 지휘에 나섰던 용산경찰서가 당시 심각성을 인지하고만 있었더라도 즉각 경력 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등 현장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기동대의 지휘권은 현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관할 치안을 총괄했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도 당시 용산 현장에 있었지만, 집회가 종료되자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서 진보 성향 단체가 주관한 대통령 퇴진 시위가 끝난 오후 9시 20분쯤 자리를 벗어났다. 이어 압사 발생 이후 1시간 뒤인 오후 11시 5분쯤에야 이태원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112상황실을 담당했던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도 참사가 발생하기 시작한 오후 10시 15분 당시 상황실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경찰 수장인 윤희근 청장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시간만에 사고를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경찰 치안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수사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사고 일주일째인 이날까지 목격자와 부상자 등 85명을 조사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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