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학의 석학인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2일 "한국과 일본, 미국은 북한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고, 그래야만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이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주최한 '2022 IFANS 국제문제회의'에 토론자(화상)로 참여해 "핵은 궁극의 억지력이기 때문에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위험한 이웃국가들에 둘러싸여 있고 이들은 북한이 절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면서 "북한은 (재래식) 군사력이 낮기 때문에 핵 억지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불량국가에 대한) 체제전복을 꾀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의 공격 리스트 안에 들어있다"며 "북한 정권으로선 핵무기를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아마 미친 짓일 것"이라면서 "내가 북한의 지도자라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너무나 어려워 한다"고 말해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상황 인식을 강조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미어샤이머 교수는 구소련 붕괴 당시 우크라이나의 자발적 핵 포기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 정확히 예측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는 푸틴의 야심보다 나토(NATO)의 확장이 더 큰 원인이라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경우를 비교하며 "러시아가 만약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크라이나 내에서 사용할 것이고 나토나 미국을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그렇게 심각하고 거대한 우려는 아닐 수 있다. (3차대전을 우려해) 미국이 핵으로 보복할 가능성은 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에 그는 "북한이 일본이나 한국을 (핵으로) 공격한다면 미국의 동맹을 공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핵으로 보복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와 달리 한반도에선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한국, 일본이 북한을 위협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중국은 (이 문제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북한은 위기가 닥치면 중국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토론자로 참여한 소에야 요시히데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도 "미어샤이머 교수의 (북한) 핵사용 시나리오에 동의한다"면서 "따라서 우리의 전략은 그러한 일이 실현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밝혔다.
왕둥 중국 베이징대 교수도 "무력 사용 위협을 통한 북한 문제의 해결은 미어샤이머 교수가 지적했듯 대재앙을 낳을 것"이라며 "외교적 수단과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은 매우 어렵게 보이지만 계속 해야 한다. 다른 대안들은 다 재앙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