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나흘째인 1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 주인 잃은 수백점의 옷가지와 짓밟혀 흙자국이 선명한 신발, 그리고 흰 티셔츠은 피로 물들어 사고 당시의 참혹함을 드러냈다.
용산경찰서는 사고 당시 이태원 일대에서 가방 124개와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신발 66짝, 전자제품 등 기타 물품 156개까지 총 1.5t가량을 수습해 유실물센터에 진열했다. 사고 후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가 가족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지난 10월 31일 밤늦게 유실물센터를 열었다. 이곳에 모아둔 유실물은 사고가 난 이태원 해밀톤 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는 물론 이태원역 근처에서 수집된 물건들이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사고 현장에 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대학생 장모(21)씨가 방문했다. 그는 다리가 골절돼 깁스를 한 상태로 이곳을 찾아 잃어버렸던 가방을 찾아갔다.
장씨는 "친구와 함께 사람들에 휩쓸려 사고가 일어난 골목으로 갔는데, 누군가 '어어' 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이 쓰러졌다"며 "주변 상인들이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구해주려고 했지만 너무 꽉 껴서 빠지지 않았고 주변에서 정신을 잃지 말라고 물을 계속 뿌려줬다"고 돌아봤다. 또 "휴대폰이랑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정자세로 누워서 깔리다 보니까, (가방 잡은) 손 놔라 안 그러면 너 죽는다 그래서 그냥 손을 놨다. 그렇게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유실물센터 안에서 특히 눈에 띈 건 한 곳에 모아둔 짝 잃은 신발 60여켤레였다. 이번 참사가 군중에 의한 압사인 만큼 많은 피해자들이 신발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 또 지갑·가방 등 소지품도 분실한 상태로 발견돼 신원확인에 시간이 오래 소요됐다.
이날 오후 1시 40분쯤 젊은 남성과 여성 등 두 명과 함께 유실물센터에 들어선 중년 부부는 핸드폰 속 한 젊은 여성의 사진과 바닥에 나열돼 있는 외투를 대조해가며 한참을 찾아다녔다. 센터 한바퀴를 돌아서야 이들의 눈에 익숙한 물건이 하나 들어왔다. 검은색 정장 재킷을 주워 든 중년 여성은 옷을 살펴보다 "이거 맞는 것 같은데. 찾았다. 찾았다. 이거 맨날 입던 거잖아"라고 말하며 울음이 새어 나왔다. 중년 여성은 옷을 꼭 끌어안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함께 온 중년 남성 역시 안경을 벗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신발마다 짓밟혀 얼룩진 모습들이 당시 참혹한 상황을 보여줬다. 대부분 성인 사이즈 신발이었지만 군데군데 어린이용 사이즈 신발도 보였다.
핼러윈 분장용 가발·가면 등 축제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을 당시를 떠올리게 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무선 이어폰, 휴대폰 보조 배터리 등 전자제품도 다수 발견됐다. 이 안에 섞여있던 휴대폰 한 대는 보조 배터리에 연결된 채 켜진 상태로 작은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유실물센터는 이달 6일 오후 6시까지 매일 24시간 운영된다. 현장에서 수거한 신분증과 휴대전화는 용산서 형사과가 별도로 보관 중이다. 유실물센터에는 그 밖의 물품만 비치 돼 찾아갈 수 있다.
부상자 또는 사망자 가족들은 이곳에서 유실물이나 유품 등을 찾아갈 수 있다. 귀중품의 경우 가족 관계 확인을 진행할 예정이다.